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을까.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도 “폐가 아픈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린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시인의 말이 위안이 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아득하다. 오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슬픔. 이제는 더 이상 오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 무엇인가에 대해 오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서 쉽지 않은 일.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는 한 마디가 허락이나 되는 듯. 잊으려 묻어두었던 오래된 슬픔이 생각나는 날이다.

▲ 권경아 문학평론가.
▲ 권경아 문학평론가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