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스키 시즌이면 설레…매력 알리기 위해 최선”

●협회와 함께 한 오랜 세월
1988년 처음 들어와 올해 36년차
“아는 선배 따라 강습회 갔다가 매료”
“초창기 스키 인구 적어 어려움” 회상

●위기, 그리고 부활 노력
IMF 후 재정 압박…각종 대회 중단
“의기투합해 '꿈나무 프로젝트' 기획”
“스키 교실·시장배·협회장배 재개”
선수 육성·종목 활성화 꾸준히 전념

●평생 숙원 '저변 확대'
“여전히 비주류 설움…홀대도 여전”
“학생층 확대 시·교육청 역할 중요”
“전국 동호인 함께 즐기는 대회 준비”
▲ 이수권 인천스키협회 부회장.
▲ 이수권 인천스키협회 부회장.

“당시 협회에서 매년 3박 4일간 스키강습회를 열었는데 아는 선배를 따라 우연히 갔다가 이후 완전히 '스키 홀릭'이 됐습니다.”

이수권(68) 인천스키협회 부회장은 스키를 처음 접하고 빠지게 된 배경에는 인천스키협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스키협회는 1967년 4월 설립됐다.

우리나라 스키 발상지인 강원도스키협회(1966년 10월 설립)에 이어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협회 설립이 빨랐다.

설립 당시 명칭은 '경기도스키협회'였으나 1981년 경기도에서 직할시로 인천이 승격·분리되면서 인천스키협회로 개칭했다.

당시 협회 임원과 선수가 인천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경기도스키협회의 역사를 인천스키협회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이후 경기도에 다시 경기도스키협회가 설립된 건 1998년 일이다.

이 부회장은 인천 스키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금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 진입 문턱이 높은 편이지만 1960~80년대에는 정말 스키 인구가 드물어서 주로 협회 임원으로 들어와 있는 '회장님'이나 '사장님' 자제나 관심이 있는 주변 사람들 위주로 알음알음 선수들을 꾸려서 대회에 참가하곤 했습니다.”

협회는 설립 이듬해인 1968년부터 매년 스키강습회와 협회장배대회를 개최해 오면서 지역 스키 선수 발굴 및 육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협회는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고, 2002년부터는 20년간 이어온 협회장배대회마저 중단되는 '암흑기'를 맞았다.

이 부회장은 “당시 협회 전무이사로 있었는데 '인천 스키를 살려보자'고 인천시체육회 노경우 부장, 이근직 계장과 의기투합해서 '인천 스키 꿈나무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지금은 워터파크로 바뀐 부천의 한 레저시설에서 매년 스키 교실을 열었고 2011년부터는 인천시장배 대회와 명맥이 끊겼던 협회장배대회도 다시 개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2016년부터 인천시교육감배 대회도 개최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지역 동호인과의 원활한 교류와 소통을 위해 인천사랑스키대회도 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협회는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왔지만 스키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인천에 유일하게 있었던 대건고등학교 스키부도 해체됐고 하계 인기 종목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주류로 보이지 않는 홀대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접근을 해야 합니다. 강원도 등 인프라를 갖춘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열악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금방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는 게 동계 종목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전국 최초로 인천스키협회장배 생활체육스키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일부 인기 있는 협회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오로지 협회 회장이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도움만 바라봐야 하는 '천수답' 구조로 재정적으로 자립한다는 건 요원한 일입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전국의 많은 스키 동호인을 끌어올 수 있는 곳과 협업을 통해 협회장배 생활체육대회를 열 생각입니다. 결국 스키 동호인들이 바라는 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場)이 많이 열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협회에 처음 들어온 건 1988년으로 올해로 36년차가 됐다.

그는 “지금도 스키 시즌이 다가오면 마음이 설렌다.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설산과 마주할 때면 마음도 깨끗해는 것 같고 정상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려올 때 쾌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내가 지금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스키의 매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