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라(G-RIRA), ‘인간찬가’, Acrylic on canvas, 260.6×162.2㎝, 2024 /이미지제공=사이아트 스페이스

욕망의 남성성을 품은 신체를 해체한 뒤 재해석한 결과물은 과연 행복한 결말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신체의 몸통을 화폭에 담는 이른바 ‘토르소(torso, 목·팔·다리 등이 없는 동체만의 조각작품)’ 시리즈에 천착하는 신예 작가의 실험적 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내보인다.

서양화가 지리라(G-RIRA) 개인전 ‘The body made by others:gaze’(타인이 만든 몸:시선)가 오는 12~17일 엿새 동안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사이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작가는 자신의 정신에 박제돼 온 ‘남성성 욕망’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한 열쇠로 신체의 몸통에 주목한다.

신체 여기저기를 난도질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욕망의 극복을 시도했다가 좌절하길 되풀이한다.

작가는 무수한 응전과 실패를 토대로 자신을 통해 타인을, 타인을 통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보는 새로운 인식의 창을 열게 된다.

뒤틀린 내장 또는 베인 살점처럼 해괴해 보이기까지 한 토르소 연작은, 비로소 도도한 삶의 강에 몸을 내맡긴 채 여유롭게 물결을 따라 더 넓은 강으로 유영하기 시작한다.

화면을 접한 순간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형상의 토르소가, 나중엔 존재의 숭고함과 삶의 환희를 역설하는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대 대학원 예술학과 박사 과정(예술콘텐츠 전공)에 재학 중인 작가는 첫 개인전 ‘뒤틀린 나르시스트’(빈칸 을지로, 2020년)를 시작으로 다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실험적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사이아트 스페이스 선정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민주 기자 coco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