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시민들은 의료복지 증진을 위해 의사 인력 확대를 원하는데 의료계는 불가를 고수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2년 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 하위 두 번째(OECD 평균 3.7명, 가장 적은 국가는 멕시코 2.4명)인데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는 의료인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을 보며 역시 이익단체는 일반 대중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일반 시민들은 거대한 대중과 소규모인 이익집단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수적으로 우세한 일반 시민들이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결과는 대부분 반대로 나타난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지 미국 정치경제학자 올슨(Mancur Olson)은 '집단행동의 원리'로 설명한다.

올슨은 일반 대중과 이익집단 사이에 집단행동의 차이를 분석하여,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소집단(이익집단)과 일반 대중의 요구가 상충하는 경우, 대부분 소집단 요구가 반영되는 현실을 설명한다. 이런 결과는 소집단과 일반 대중이 집단행동의 원리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갖기 때문이다. 첫째, 소집단은 특정 정책을 통해 독점이익을 확보하는 반면에 일반 대중들은 보편적 편익만을 취한다. 둘째, 소집단은 집단행동을 강제할 수 있으며, 이탈하는 구성원의 확인이 가능하고 이들에 대한 벌칙 혹은 선별적 제재가 가능하다. 셋째, 일반 대중은 조직화가 어려우며 타인의 기여에 무임승차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상기와 같은 집단행동의 차이로, 소집단과 일반 대중의 이익이 상충하면 대부분 소집단의 승리로 귀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반 대중은 사법고시 문호를 개방하여 많은 변호사를 배출함으로써 저렴한 법률 서비스를 받기를 희망하지만, 법조 집단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하여 변호사 수를 제한할 것을 고수하고 있다. 유사한 논리에서 일반 대중은 처방이 필요 없는 약품-예를 들면, 소독약, 아스피린 등-을 일반 가게에서 구매하기를 희망하지만, 약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거의 모든 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할 것을 주장한다(선진국에서는 처방이 요구되지 않는 약품은 편의점 판매가 가능하다).

그러면 일반 대중이 소집단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누가 대중 편에 있고 누가 이익집단 편에 있는가를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며 투표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민중의 힘을 기반으로 하며, 민중의 힘은 투표를 통해 나타난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