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

옛이야기1 -하느님께서 여러 민족에게 땅을 나누어주시려고 모일 모시 하느님의 뜰에 모이라고 분부하셨다. 모일 모시 하느님께서 모든 족속에게 땅을 나누어주시고 쉬고 있는데 술을 좋아하는 우크라이나 민족 대표가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하느님 술을 마시다가 늦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땅을 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자비하신 하느님은 더는 줄 땅이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우크라이나 민족 대표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하였다. 이에 하느님은 한숨을 쉬며 “내가 쓰려고 남겨 놓은 땅이라도 주어야겠구나”하고 주신 땅이 현재 우크라이나의 대평원이다.

옛이야기2 -여러 민족에게 땅을 나누어주신 하느님께서 이제 부인을 맺어주시려고 모일 모시 하느님의 뜰에 모이라고 분부하셨다. 모일 모시 하느님께서 모든 족속에게 부인을 맺어주시고 다산과 평화를 기원했는데 술을 좋아하는 우크라이나 민족 대표가 뒤늦게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하느님 술을 마시다가 늦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부인을 맺어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자비하신 하느님은 더는 여자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우크라이나 민족 대표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하였다. 이에 하느님은 한숨을 쉬며 “내 아내로 남겨 놓은 여자라도 맺어 주어야겠구나” 하고 맺어주신 여인이 우크라이나 여자라 한다.

오래전부터 비옥한 흑토지대의 대평원은 때로 이웃나라들의 사냥감이 되었고 그 전쟁으로 많은 남성은 죽었으며 여성들은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봄 여름 대학에서 수업하다 보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인문대학에는 여학생이 80% 이상인데 보통 학생들도 모델이나 여배우 같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았지만 한국 여성 외 우크라이나 여성보다 아름다운 여성은 별로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구 사회주의 나라에서 3월8일은 '여성의 날'로 성대하게 축하 행사를 한다. 구소련권에서는 3월8일 전후로 술자리 건배는 보통 남성들이 모두 일어나서 정중히 “여성을 위하여”로 한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내고 3월 초 계절이 봄으로 바뀌면서 좀 쌀쌀하지만 많은 여성이 노출의 옷을 입고 한 아름 꽃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날이다. 심지어 유치원에서도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맘에 드는 여자애 주라고 꽃을 사주기도 하고, 모든 직장에서는 여성 직원 수에 맞추어 꽃과 선물을 준비하고, 연금 생활하는 할아버지들도 할머니들에게 꽃을 선물하는 날이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의 축일이다.

2022년 2월24일 전쟁이 나는 바람에 그해 여성의 날은 아무 행사 없이 치열한 전투 속에 지나갔다. 수도 키이우가 백척간두에 놓여 시 외곽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2023년은 러시아군을 키이우 외곽에서 몰아냈고 빼앗겼던 하리코우와 헤르손 지방을 되찾으며 승전의 축제 분위기에서 여성의 날에 많은 사람들이 꽃을 주고받았다. 전쟁이 2년 지나며 키이우에서 600~700㎞ 떨어져 있는 전선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키이우 분위기는 전쟁전과 비슷하다. 여러 상점에 선물이 넘치고 꽃가게가 이번 주 초부터 활기차다. 대중교통 광고판이나 거리에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보석, 선물권 등의 광고가 전쟁 전과 다름없다.

전쟁 2년이 지난 2월25일 우크라이나 젤린스키 대통령은 약 2시간에 걸쳐 사전 각본 없이 국내외 언론과 치열하게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중 그는 약 3만1000여명의 전사자가 있었다고 뼈아픈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중에는 꽃다운 나이의 젊은 여군들도 있다. 화사한 봄날 몇 송이 꽃을 들고 가슴 설레며 거리를 활보해야 할 젊은 여성들이 지금도 최전선에서 총을 들고 전투에 임하고 있다. 그래서 올 여성의 날은 마냥 축하하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