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전 논설위원/IT·정보화사업단장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 98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한 외국인 투자자가 북항이 들어설 인천 서구 일원의 매립지에서 우리 군인들에게 봉면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경제부처의 투자권유로 이 곳을 찾았던 이 외국인은 자신의 회사고위층에 보여주기 위해 이 일대를 카메라 렌즈에 담고 있었다.
 이 때 군인들이 나타나 카메라를 빼앗았다. 군사지역이라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 외국인을 수행했던 경제부처 관계자가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카메라를 돌려 줄 것을 요청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이들은 결국 "어떠한 이유라도 상부로부터 지시가 없어 협조를 할 수 없습니다. 절차를 받고 다시 오십시요"라고 하는 군인들의 말을 뒤로 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바닥난 외환메우기가 화급해 대통령까지 직접 TV에 나와 외자유치를 역설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이 외국인 투자자는 이후 가차없이 투자처를 다른 나라로 돌렸다.
 이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지역항만업계에선 종종 정부의 정책혼선과 군부대의 경직성 문제가 터져 나올 때면 회자가 되곤 한다.
 정부시책은 수혜의 공평성 여부를 떠나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이런 까닭에 부처간 집행의 체계성과 통일성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한 시책을 놓고 부처간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가정해 보자. 이와 관련된 일반국민이나 기업들사이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아마 헷갈리는 정도를 넘어 이런 일이 잦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불거진 국방부의 '송도신도시 아파트 허가취소 요청' 사태는 전후 사정을 떠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머리를 까웃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현 정부내 부처간 정책조율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재정경제부와 인천시 등은 갖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하며 송도신도시를 위시한 경제특구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경제특구가 그만큼 우리의 미래발전을 좌우할, 중차대한 과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국방부의 태도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런 노력에 협조적이지는 못할 망정 아예 공사 자체를 막겠다는 투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마치 다른 나라의 행정기관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행정기관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이상, 의견 조율 단계에서 이견은 발생될 수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대립이 논의 수준을 넘어 집행단계로까지 이어진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더더욱 송도신도시를 위시한 경제특구 개발은 이미 국무회의를 거쳐 법제화까지 끝난 사안이다. 이를 결정한 당시의 국무회의에 국방부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던가.
 현 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레임덕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은 이제 새삼스럴 것도 없다. 하지만 경제특구 개발을 둘러싼 행정기관간의 대립은 더 이상 용인돼선 안된다. 심사숙고 끝에 일궈낸 미래발전전략이 행정기관간의 힘겨루기 때문에 차질을 빚는 것은 더이상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
 노자는 위정자의 제1 덕목으로 국민적 신뢰를 꼽고 있다. 이는 경제특구 개발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경구이다. 아무리 정부가 나서 그 필요성을 역설한다 해도 경제구성원들이 믿지 못해 후속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얼마전에는 국회에서 우여곡절을 겪더니 이번에는 국방부의 반대로 공사차질을 걱정해야 하다니. 마치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방부의 건축허가 취소 요청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후 공사준비로 분주했던 송도신도시 입주예정업체들은 봇물 터진 듯 정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과연 이번 일을 막연히 군 당국의 경직성 때문만으로 그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인지.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퉈 등록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을 못내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