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

북한의 NLL 발언이 심상치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포사격을 하고 우리를 '주적'이라 협박한다. 서해5도 주민들은 “이러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지는 게 아닌가”라며 가슴 졸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 같아선 정말 하루도 마음을 놓고 살 수가 없다.

북한의 위협이 극심해지자 백령도에선 군인들의 훈련과 경계태세가 강화되었다.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무력시위로 관광객이 감소하고 지역경제가 파탄에 이를 지경이다. 서해5도에선 지금 숙박업, 요식업자들의 한숨소리로 땅이 꺼질 정도이다. 상점, 식당, PC방, 민박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지며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풍랑으로 여객선이 결항해 온 동네가 고요하다. 4∼5일 결항한다고 하니 백령도 사람들은 꼼짝없이 섬을 지키고 있어야 할 상황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속에 보이는 장산곶을 바라보며 백령도를 포함한 서해5도에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남북 사이의 긴장감과 툭하면 발생하는 여객선 결항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북한의 망언과 위협, 1년이면 100일 이상 결항하는 여객선 운항조건이 관광객들이 백령, 대청, 소청도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소인 셈이다. 결항 일수 100일을 반으로 줄일 수 있도록 시계제한(가시거리 1㎞∼500m) 완화와 대형여객선 조기투입, 풍랑에 운항할 수 있는 대형 여객·화물복합선박을 야간 혹은 격일제 운항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비싼 뱃삯 역시 백령도를 찾지 않게 만드는 악조건이다. 인천시민이 아니고 타지 사람일 경우 4인가족이 백령도를 방문한다면 왕복교통비만 60여만 원이다. 말이 60만 원이지 그 돈이면 비행기 타고 제주도도 다녀올 수 있다.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고 백령도를 꼭 찾아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백령 주민인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객선공영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처럼 비싼 여객선 요금 때문이다. 서해5도 뱃삯이 싸진다면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두무진, 분바위와 같은 청정자연조건을 가진 백령·대청·소청도는 외국인들도 아주 좋아하는 명소이다. 우리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중국 언론사 관계자들이 백령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틀 동안 백령도를 안내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중국인들은 섬을 떠나며 “한중관계가 개선되면 중국인 신혼부부 관광지 0순위로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백령도~중국 해상직항로가 생기고, 백령신공항이 건립된다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런 주민 삶을 고민해야 할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라와 국민의 안위는 내팽개친 채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정쟁을 일삼고 있다. 임진왜란 때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며 정쟁만을 일삼던 한심한 관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인들은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그리하여 서해5도 주민들과 나라의 국태민안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본인의 출세와 이익은 그다음이다. 적어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그래야 한다.

하루빨리 남북관계의 훈풍이 불고 중국과의 교류가 활성화되어 관광섬 백령도의 진가가 세계에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그러려면 정치인들이 사사로운 이익을 버리고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홍남곤 전 옹진군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