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선 순위 집회 신고
소녀상 철거 요구 집회 열어

수원평화나비, 행사 공간 이동
“피해 할머니 기리기 위한 장소
시민 관심·목소리 필요해” 강조
▲ 제8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가 열린 6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고(故) 안점순 할머니 기억의방 앞에서 수원 평화나비 회원들과 시민단체가 문화제를 열고 있다(왼쪽). 같은 시각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법 폐지 국민행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김철빈·김혜진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오늘 장소를 옮겨 제83차 수요문화제를 가지면서 비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6일 오후 12시쯤 수원시 팔달구 안점순 기억의 방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안점순 할머니 동상 앞쪽으로 10평 남짓 좁은 바깥 공간에서 제8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 관련기사 : '위안부 문제 해결' 수원 수요문화제, 7년 만에 중단 위기

1시간여 동안 수원시민과 지역활동가, 외국인 등 15명가량은 '30년간 외침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역사, 우리가 살아있는 증거다! -故 김학순 할머니'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일본 정부는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각, 그동안 평화의 수요문화제가 열렸던 수원 올림픽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선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소속 10여명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소녀상은 조각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대일 적개심이 투영된 왜곡이 증오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수원에 있는 소녀상을 찾아온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단체는 전국에 있는 150여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면서 수원 이외 지역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관계자는 “위안부상은 겉으로는 평화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국내외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을 야기하고 있다”며 “한일 외교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는 거짓과 증오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2017년 5월3일부터 매달 첫째주 수요일마다 수요문화제를 주최해 온 수원평화나비는 이날도 수원 올림픽공원 내 소녀상 앞에서 수요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지난달 수원남부경찰서에 선 순위 집회 신고를 하면서 수원평화나비 측은 7년 만에 타의적 이유로 이곳에 갑작스럽게 행사 공간을 옮겨야만 했다.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보수단체가 경찰 집회 신고 때 소녀상 앞자리를 선점하면서 불가피하게 기억의 방 앞에 수요문화제 공간을 마련했다”며 “보수단체 옆에서 맞불집회로 평화시위 의미를 퇴색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요문화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자 마련됐다. 수요시위가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되는 곳은 서울과 수원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요시위도 지난 2020년쯤부터 보수우익단체 장소 선점 탓에 소녀상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이주현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는 “수요시위(수요문화제)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기억하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한 의미 등으로 소녀상 앞은 의미가 큰 장소”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근·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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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해결' 수원 수요문화제, 7년 만에 중단 위기 한 극우 단체의 집회 장소 선점으로 인해 매달 첫째 주 수요일마다 진행돼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수요문화제)'가 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14일 수원평화나비와 수원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보수 우익 단체인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다음 달 첫째 주 수요일인 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이 공간은 수원평화나비를 비롯한 여성 인권단체들이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