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선거구 획정, 유권자 혼란 불가피. “공약·후보 제대로 알까요” 불만
제22대 총선에서 인천은 기존보다 1석 늘어난 1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거대 도시 ‘서구’를 기존 갑·을에서 갑·을·병으로 쪼갰다. 그러나 신도심 쏠림 현상으로 인구 유출이 심각한 계양구 갑과 연수구 갑 지역은 선거구획정의 ‘인구 하한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원도심과 신도심 경계를 명확히 했다.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선거구 획정’은 늑장을 부렸다. 4·10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서야 겨우 선거구 획정이 결정됐지만, 거대 정당은 유권자와 정치 신인에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다.
오죽했음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국회의 선거구 획정을 즈음해 “선거구획정이 지연됨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유권자와 입후보 예정자”라며 “향후 선거에서는 국민의 참정권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에 대한 보완을 건의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6일 익명을 요구한 선거구획정위원 A씨는 “선거구획정은 현 정치권 구미에 맞추는 게 아닌 유권자와 지역만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며 “당리당략 때문에 선거구가 쪼개지고 경계가 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야 정치권은 선거를 임박해 선거구를 정해도 무리가 없지만, 공약은커녕 출마자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유권자는 정당한 주권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천을 비롯해 전국의 선거구획정은 선거일 전 1년 전은커녕 50일을 앞두고도 단 한 번 이뤄지지 못했다. 19대 때 선거 44일 남기고 겨우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됐고, 20대는 42일에서야 선거구가 완성됐다. 심지어 지난 총선 때는 총선 D-39일이 돼서야 인천 13개 선거구가 결정됐다. 그동안 쪼개졌다 붙기를 반복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비롯해 동구와 미추홀구 지역은 유권자를 늘 혼란에 빠뜨렸다. 특히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의 상징처럼 ‘강화군’은 배지의 색깔을 바꾸는 지역으로 대표되며 선거 때면 거대 정당의 유·불리에서만 오직 선거구가 번복됐다. 21대 총선 때 동구와 미추홀구는 예고 없이 지역이 붙으며 선거 당일까지 유권자들이 선거구를 찾지 못한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다 못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으로는 총선 6개월 전에 선거구 획정 법률안 처리를 하지 못하면 획정위가 정한 선거구가 곧 법적 효력을 발생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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