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확대를 둘러싼 의정갈등 국면에서 일부 의사들의 발언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소아과 선생님 중 한 분은 용접을 배우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더는 살기 싫다”는 글이라든가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푸드 트럭을 운영하겠다는 동료가 있다. 본인 역시 농사를 지으러 갈 생각”이라는 전공의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더 고조되는 상황이다. 여과 없이 엘리트의식을 노출해서 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난달 22일에도 어느 방송 토론회에서 경기도의사회장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의대 진학이 가능해진다. 성적이 부족한 인재를 뽑을 수 없다. 국민이 이런 의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논란이 빚어졌다.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반 20~30등”이 의대에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설령 들어갔다 해도 의사면허는 학업과 수련을 마친 후 최종시험을 통과해야 하므로 저 발언은 설득력 부족한 수사에 불과하다. 의사들의 내부통신망에 자주 등장한다는 '국평오(국민 평균 수능 5등급)'와 같은 맥락의 국민 비하 정서가 강하게 감지된다. 그러나 국민은 실력만 좋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의사를 원한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단체행동은 아니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직서는 30일 이전에 제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곧장 병원을 떠난 일은 그 자체로 위법이다. 법을 떠나 의료인의 기본윤리에서 벗어난 행동을 괘씸해 하는 국민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을 거스르는 강성발언을 쏟아내는 건 큰 실책이다.

정부는 4일부터 현장복귀를 거부한 전공의 7800여명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실제 면허정지가 내려질지, 주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전공의들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 많다. 정부가 항간의 추측처럼 정치적 셈법으로 강대강 대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