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br>
▲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공동대표

 

미국 현역 공군 병사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분신으로 항거하여 사망했다. 2월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였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했다.

자신의 이름을 아론 부쉬넬(Aaron Bushnell)이라고 밝힌 이 병사는 군복을 입은 채 대사관 쪽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더 이상 대량 학살에 연루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한 뒤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바지 주머니에서 모자를 꺼낸 다음 대사관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카메라를 향하여 돌아선 그는 미리 준비해 간 가연성 액체를 머리 위에 붓고 모자를 썼다. 잠시 후 그는 불길에 휩싸인 채 “팔레스타인 해방!(Free Palestine!)”을 연속 부르짖으며 마지막까지 서서 버티다가 마침내 쓰러졌다.

25세의 청년이 자신의 목숨을 극심한 고통 속에 몰아넣으며 주장한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자신은 학살자 무리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학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입장에서 학살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 행동이 자기 생명을 바치는 것이라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소외된 나라가 아닌 기득권자의 나라, 피해자의 나라가 아닌 가해자의 나라 백성으로서 약자의 편에 서서 자신을 희생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특별하다.

자기 행동이 극단적이라는 점은 그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극단적인 항의를 하려고 한다”고 스스로 말했으며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에 비하면 전혀 극단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방 언론 일각에서는 그의 정신에 무슨 이상이 있기나 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은데,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그의 결단과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는 자신이 저축한 돈을 팔레스타인 아동 구호 기금에 기부할 것과 자기 고양이를 이웃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의 행적에서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함께 책임자들의 무관심에 대한 원망도 엿보인다.

루페 바르보자(Lupe Barboza, 32세)는 2022년에 부쉬넬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노숙자들에게 옷과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녀의 말에 따르면 부쉬넬은 매주 시위가 일어나도 책임 있는 사람 중 누구도 시위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또한 부쉬넬은 자신이 백인이자 군인으로서 특권을 가진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부쉬넬의 또 다른 친구들은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으며 현재 이스라엘-가자 분쟁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에 대해 공통된 혐오감을 느꼈다고 한다.

젊은 군인이 온몸을 불태우며 항거하는 모습을 보고 세계의 여러 누리꾼이 화들짝 깨어나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빚졌다고, 가자 지구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폭력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고, 남아 있는 우리 또한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그가 분신 당일 아침에 자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범종의 울림처럼 귓전을 맴돈다.

“내 나라가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답은 바로 당장 행동하는 것이다.”

/지창영 평화협정운동본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