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단수공천’…국힘 원희룡과 ‘명룡대전’ 매치업 성사

선거구 획정 늑장에 당마다 후보 정리도 느려. 유권자 “대체 누가 뛰는지, 무슨 공약인지”
▲ 2일 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 한 사거리 모습. 지난 29일 국회의 선거구획정안을 통해 4월10일 총선부터 기존 계양구 갑에서 을로 경계 조정된 이 동네에는 민주당 계양구 갑 지역위원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뛸 더불어민주당 인천지역 주자들의 선출 방식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에서 2일 이재명 대표 단수공천까지 결정됐다. 새해부터 실체는 불분명해도 존재감은 확실했던 ‘명룡대전’이 선거를 30여일 앞두고서야 확정된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나오기로 정한 거냐? 원래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2일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회사원 정선호(38)씨는 이재명 대표 공천 소식에 의아해했다.

지난 1월16일 계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양구 을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정치권에는 ‘명룡대전’ 얘기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재명 대표 단수공천을 알린 건 2일, 총선 D-39일 시점에서였다.

선호씨는 “현역에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이재명 대표의 공천이 선거 직전에야 이뤄질 필요가 있나. 그 전에 이 대표, 원 전 장관이 공약, 정책으로 제대로 붙어보면 안 될 일인가?” 반문했다.

계양산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이재명 전 대표든 원희룡 전 장관이든 시장 오면 어르신들한테 가끔 ‘계양에 한 일이 뭐 있다고 오느냐’고 꾸중 듣긴 마찬가지”라고 귀띔했다.

지난 29일 국회의 늑장 선거구획정안을 통해 이번 선거부터 기존 계양구 갑에서 을로 경계 조정된 작전·서운동에선 혼란스러운 모습도 목격됐다.

계산택지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김석현(56)씨는 “같은 계산택지라도 단지 사이 도로 하나 차이로 지역구가 갑과 을로 갈리면서 후보들 간 택지 공약이 통일되지 못했었다”며 “갑 지역 후보들 중심으로 내세웠던 서울지하철 2호선 연장이나 GTX와 같은 계산택지 교통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1일 늦은 시각에서야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심사 내용을 토대로 한 의결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최고위는 서구 3개 선거구 공천 결과를 비롯해 남동구 을과 부평구 을의 경선방식을 수정했다.

루원시티로 대표되는 서구 갑은 김교흥(서구 갑) 국회의원이,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서구 을은 당 인재영입 24호인 이용우 직장갑질119 법률스태프 변호사가 단수공천됐다. 여기에 검단신도시를 품고 있는 서구 병은 모경종·신동근·허숙정 3인 경선으로 진행된다.

당은 또 남동구 을 선거구의 이병래·배태준의 2인 경선에서 이훈기 전 기자를 포함해 ‘결선’ 없는 3인 경선으로 치르고, 부평구 을의 이동주·박선원 예비후보의 경선은 9, 10일 열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 계양구 을 단수공천까지 정해지며 인천 전체 지역구 후보 선출 방식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4년마다 치르는 총선에서 정치권은 적어도 반년 전부터 선거전을 준비하면서 공천권을 목표로 치열하게 다투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동네 후보가 누군지, 무슨 공약을 앞세워 경쟁력을 보이는지 선거 막판까지 제대로 알 수 없다. 4·10 총선도 어김없이 비슷한 수순이다”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