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지난해 5월 제약바이오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이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에 이은 추가 지정이다.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먹거리는 물론 전략적 자산임을 시사하는 방증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바이오 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희망하는 지자체의 접수를 받는다. 경쟁력 강화와 인프라, 인력 등을 종합 평가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선정이 목표다. 이 사업에는 인천을 비롯해 고양시, 수원시, 춘천시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인천 송도는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들이 밀집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사이언스, 롯대바이오로직스 등이 송도에 본사나 공장을 두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 최고의 바이오 집적단지인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를 포함한 매사추세츠주 인근과 캘리포니아주를 크게 앞선다.

인천은 2021년 최초 제안한 대전을 제치고 K-바이오랩 허브를 유치했다. 사업 추진단장을 임명하고 202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국책사업인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를 통해 연간 2000여명의 바이오 전문 산업인력을 배출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송도와 남동산단, 영종도 3개 거점을 잇는 '바이오 트라이앵글'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송도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인력양성, 남동산단은 바이오 원부자재와 소부장 육성, 영종도는 부지확장과 수출입 관련 부문 등 역할을 맡길 구상이다.

국가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다. 인허가 신속 처리와 기술·인력 등 '패키지 지원'을 받는다. K-바이오 메카 인천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천은 특화단지 지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인천은 국가특화단지 지정과 별개로 송도 클러스터 현안에도 큰 관심이 필요하다.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가 지역난방 및 전기 공급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 캠퍼스 부지 확보다.

송도 클러스터는 GS에너지와 인천종합에너지가 지역난방 등 열에너지 부문을 맡고 있다. 인구 증가와 공장 신·증설로 5~6년 안에 열에너지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 추가 건설은 지역주민 '기피시설 민원'에 막혀 난항이다.

전기 공급도 난항을 겪긴 마찬가지다. 한국전력은 입주기업이나 열병합발전소 전기 공급을 위해 시흥 배곧 신도시에서 송도 11공구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선로 건설조차도 해당 주민들의 반대로 쉽사리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 캠퍼스 부지 확보 문제도 서둘러 풀어야 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매출 3조7000억원을 올리는 세계 최대 CDMO 기업이다. 지난해 법인세 규모만 2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직원 수는 4500여명으로, 제2 캠퍼스가 조성되면 매년 400여명의 신규 고용창출이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는 송도에 제3 캠퍼스 부지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제1·2 캠퍼스와 시너지를 위해서다. 그러나 부지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초격차 전략 구상이 암초를 만났다.

이른 시일 내 해결이 안 되면 공장은 자칫 국내 다른 지역 설립이나 해외로 나가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심지어 오송 정치인들은 총선 공약으로 삼성바이오 제3 캠퍼스 유치를 내세우고 있을 정도다. 다른 나라의 삼성바이오 공장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설립 당위성을 앞세우기보다 먼저 부지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인천은 국내 최고의 K-바이오 메카를 보유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이 국가 인프라로 본다면 인천의 주력산업은 바이오가 분명하다. 국가특화단지 지정이 아니라도 바이오 기업의 생산·연구 역량과 수출 확대를 위한 인프라 조성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인천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