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강희 인천환경교육센터장
▲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

지난 연말에 개최되었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행사장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2분의 1은 고기가 없는 채식으로 채워졌다. 육식을 위해 만들어지는 동물성 식품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8%에 이른다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채식은 기후위기 대응에 주요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어제오늘의 사안이 아니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는 방목지와 사료로 제공되는 옥수수, 콩 등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경작지가 필요하다. 이런 대규모 방목지와 경작지 조성을 위해 열대우림 등 산림 훼손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축산분뇨는 토양,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 지 오래다. 혹자는 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6㎏의 곡물이 필요하다며 육식이야말로 비효율적이고 불평등한 식량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소, 돼지, 양 등의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되는 메탄가스(CH4)는 UN이 정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라는 점이다. 비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약 1/4 수준이지만 온실효과의 강도를 표시하는 온난화 지수는 이산화탄소와 비교하면 25배 이상 높아 단기적으로 더 심각한 온실효과를 낸다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밝히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덴마크나 아일랜드 등 유럽의 국가들은 축산업계에 대해 일명 방귀세(fart tax)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뉴질랜드의 경우는 트림세(burp tax)까지 시행 준비 중이다.

이렇게까지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육류의 수요가 매우 증가하다 보니 반추동물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인류가 채식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보다 30% 이상 감소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메탄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사료도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육식을 줄이는 식생활 변화는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방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물론 한국도 2050 탄소중립 농축산분야에 식단변화와 대체 가공식품 이용 확대라는 정책을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채식을 강요할 수도 없고 실제 불가능한 일이다. 육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동물성 영양분이나 개인 성장기의 체질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바다 건너 멀리 비행기나 선박으로 운반되어 오는 과일이나 채소가 국내의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는 육류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속성 성장을 위해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대형농장에서 대량 재배된 채소는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된 닭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현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값싼 가격에 고기를 가능한 한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가축을 좁은 장소에 가두어 대규모 에너지가 소비되는 공장식 축산정책의 재고다. 그리고 이면에 숨어있는 무한경쟁 시장주의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건강이나 윤리적 이유, 환경문제 등으로 비건(vegan)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단순히 육식을 자제하는 것만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식생활 정책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소규모 친환경 농가를 통한 로컬푸드의 확대와 이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조강희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