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성원 문화부 기자.
▲ 변성원 사회부 기자

우리나라 필수의료 체계는 이미 무너졌다. 인기 진료과인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에는 의사들이 넘쳐나는 데 필수의료과는 지원하는 의사가 없어 점차 늙어가고 있다. 필수의료과는 진료 난이도와 업무 강도는 높은 데 반해 보수는 낮고 의료 소송에 휘말릴 위험부담도 큰 탓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료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4번째 의사집단 휴진이 발생했다.

정부는 4년 만에 다시금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년도 입시부터 5년간 연 20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현재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의료체계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 모두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환자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의료진들의 진료 거부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지극히 상식적인 의사 윤리강령에 반하는 행위인 만큼 국민적 공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비도덕적인 의사들은 자정해야겠지만, 작금의 사태를 단순히 기득권층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도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내용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정부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도 분명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생명권과 직결된 현 상황에서 국민의 여론이 정책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냉정함을 찾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정부와 의료계 역시 국민과 환자를 지켜야 하는 주체로서,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조속히 대화 채널을 열어 헛된 희생을 막아야 할 것이다.

/변성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