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갤러리 '하나 글래버 베넷'展
日옛 신문 '나비부인 집터 발견' 기사
츠루 부부가 살던 집이라 오해 받아

딸 하나 글래버 베넷, 英 남성과 결혼
영국영사대리 된 남편과 인천 이주
1938년 사망…외국인 묘지에 묻혀
▲ 하나 글래버 베넷 생전 모습.
▲ 하나 글래버 베넷 생전 모습.

'나가사키에 주둔 중인 미 해군 중위 핀커튼은 15살의 게이샤 초초(나비라는 뜻)와 결혼한다. 그러나 핀커튼은 복무 기간이 끝나자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3년 후 핀커튼은 미국인 아내 케이트와 함께 초초 앞에 나타나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좌절한 초초는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자결한다.'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나비부인'의 줄거리인데 실제 나비부인의 모델이 되었다고 수십년간 오해받은 여성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 사업가 토마스 B.글래버의 아내 일본인 '츠루'다. 일본 한 신문에서 '나비부인의 집터 발견'이라는 기사를 썼고 공교롭게도 이 집이 츠루 부부가 살던 곳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츠루는 나비부인이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잘못된 역사 정보라는 사실을 인천의 한 갤러리가 전시회를 통해 밝힌다. 글래버와 츠루 부부의 딸이자 인천에서 평생을 살다 묻힌 하나 글래버를 통해서다.

인천 중구에 있는 관동갤러리는 '인천 영국영사관과 하나 글래버 베넷 전시회'를 3월30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하나 글래버는 인천에서 홈링거상회를 운영하던 영국인 남성과 결혼하며 20대에 인천으로 이주했다. 남편이 인천 영국영사대리로 임명받은 덕에 이들과 4명의 자녀는 영국영사관에서 지냈다.

1938년 하나가 사망하고 인천 외국인묘지에 묻혀 아직도 연수구에 잠들어 있다.

일본인 도다 이쿠코 관장이 운영하는 관동갤러리는 하나 글래버가 인천에서 살았던 궤적을 사진 등의 자료로 전시한다. 특히 당시 인천 영국영사관의 도면과 모형으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료를 소개한다.

▲ 2월25일 오후 3시 관동갤러리에서 도다 이쿠코 관동갤러리 관장(왼쪽)과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가 '하나 글래버'와 관련된 전시회 개막을 알리고 있다.
▲ 2월25일 오후 3시 관동갤러리에서 도다 이쿠코 관동갤러리 관장(왼쪽)과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가 '하나 글래버'와 관련된 전시회 개막을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본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와 합동으로 진행하며 성사됐다. 이들이 끈질기게 추적한 인천 개항 초기 외국인의 거류지 생활과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이 소장 중인 사진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관동갤러리는 2월25일 오후 3시 개막전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야마다 유카리 나가사키종합과학대학교 공학부 교수와 브라이언 바크 가프니 명예교수가 함께 하며 하나 글래버가 인천에서 보낸 일생의 의의와 역사적 사실에 관해 설명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