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과 90분간 열띤 토론…명쾌한 답변 없이 ‘직권취소 불가’ 재차 사과

지방선거 때 ‘직권취소·전면 재검토’ 공약했던 여·야 정치인은 뒤로 숨어
▲ 강수현 양주시장이 옥정 물류센터 허가를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지난 2022년 11월에 이어 또다시 직권취소 불가 통보를 알린 뒤 사과하고 있다.

강수현 양주시장이 옥정 물류센터 허가를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옥정 물류센터 허가를 직권취소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강 시장은 지난 2022년 11월 시민들에게 직권취소 불가를 알렸다.

그런데 최근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또다시 옥정 물류센터 문제를 제기하자 시민들 앞에서 “직권취소는 어렵다.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양주시는 지난 25일 옥정회천신도시 발전연대의 제안으로 옥정호수도서관에서 ‘양주시장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가 열리기 전 옥정 물류센터 허가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은 ‘물류센터 절대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도서관 입구에서 침묵시위를 펼쳤다.

오후 4시쯤에는 3층 행사장으로 이동해 강 시장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행사장은 약 150여명으로 가득 찼다. 침묵이 흘렀다.

옥정회천신도시 발전연대는 지역 현안 해결 촉구를 위해 총 24개의 질문을 던졌다. 이중 옥정 물류센터와 관련한 내용은 11개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지역에선 최대 관심사였다. 이러다 보니 물류센터 문제를 놓고 1시간 30분가량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명쾌한 답변은 없었다.

강수현 시장은 “취임 후 시민의 불편을 해결하려고 옥정 물류센터 직권 취소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TF팀을 구성해 해결방법이 있는지도 찾아봤다”면서 “그러나 법률자문을 얻은 결과 직권취소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직권취소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정을 맡은 양주시장으로서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4·13 지방선거 때 표를 얻기보다는 시민의 불편을 해결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직권취소 공약을 내걸었다. 환경·교통영향평가와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등을 살펴봤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며 “그래서 시행사와 시공사를 만나 사업을 포기하던지 업종 변경을 할 수 있는지 등 여러 방법을 찾아봤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직권취소를 한 뒤 소송단계에서 사업자 측과 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직권취소를 하면 업체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손해배상으로 3800억원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여러 상황을 검토해봤을 때 직권 취소는 명분이 없다 보니 상당히 좀 어려운 입장이다. 직권 취소는 못 하더라도 시민의 불편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무거운 마음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 한 시민이 강수현 양주시장한테 옥정 물류센터를 직권취소하거나 공사 중지를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묻고 있다.

그러자 한 시민은 “기다려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렸다. 시장님이 공식적인 토론장에 오신다고 하길래 대안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사를 중지할 수 있는 대안은 없었다. 3월에는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거로 알고 있다. 기다린 결과가 이거냐”고 따졌다.

이에 강 시장은 “공사를 취소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속상하고 답답하다. 혹시라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를 주신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 기존의 TF팀을 보강하든지 변경해서 시민들과 함께 공사를 중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옥정 물류센터를 '양주판 대장동 사건'으로 비유하며 “물류창고에 대한 허가를 직권 취소시키겠다”고 공약했던 김민호 도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선거 때 직권 취소를 당론으로 정했던 국민의힘 소속 시·도의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당 안기영 총선 출마 예비후보가 자리를 지켰지만 공식입장은 내놓지 못했다.

최근 “말로만 떠들고, 시민들에게 거짓말하는 세력을 반드시 응징하고 물류창고 저지와 올바른 대안을 실현하겠다”고 날을 세웠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한편, 시는 지난 2022년 7월 물류창고 백지화의 의지표명을 위해 사업자 측의 무단 도로점용을 사유로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선거공약, 주민 민원 등의 이유로 전임 시장이 적법하게 허가해준 옥정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직권 취소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결론 내렸다.

/양주=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