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격상
전공의 파업 이어 교수들 엄포
▲ 인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일보 DB

전공의 파업 여파로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가 최근 최상위인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전임의와 교수마저 집단행동에 참여하면 의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 전임의와 일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세대 의대 교수평의회도 성명을 내고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임의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최악의 의료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있는 상황에 교수들까지 파업에 동조할 경우 의료 대란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에서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444명으로 전체 540명의 82.2%에 달한다.

주말을 기점으로 의료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다행히 인천 상급종합병원들은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만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주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가천대 길병원에서 만난 서모(68·여)씨는 “아직 수술 일정이 지연되진 않았다”면서도 “국민 생명이 달린 일인데 파업이 길어지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전공의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설득에 나서야 한다”며 “아울러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현 의료 체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확고한 방향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증·응급진료 핵심인 상급병원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수준인데 지금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가 전체의 70%를 넘었기 때문에 상당한 위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안지섭 기자 a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