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해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료 공백 여파가 종합병원급인 2차 병원으로까지 번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업무 중단에 따라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환자들을 2차 병원으로 보내고 있는데,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응급실 뺑뺑이'가 현실화될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합의점을 찾는 대신 강 대 강 대결로만 치닫고 있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인천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총 540명 가운데 64.2%(349명)가 22일 현재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기준 사직을 신청한 인원은 전체 전공의 82.2%(444명)에 달한다. 상급종합병원인 인하대병원과 길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수술과 진료 일정도 늦추거나 조정하고 있으며 추가 입원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2차 병원으로 보내 돌려막기를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차 병원에서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번 의료 공백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의대 정원과 관련해 대화를 기피해온 의사협회의 책임이 절대 가볍지 않다. 의대 정원 문제는 국가 현안으로 그동안 수차례 정부와 의사협회 간 의정 대화가 열렸지만 의사협회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와 의사협회 간 진행된 의료현안협의체 논의에서도 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요구안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미 우리나라는 필수·지역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어 의사 증원 등 보건의료체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의사협회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역할을 외면해왔던 것이다.

전공의들은 조건 없이 의료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의사 한 사람은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병원 전공의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