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일대 외래어 간판 즐비
유학생 “한글 간판 많을때가
한국적인 아름다움 느껴져”
시, 최대 200만원 지급키로
▲ 수원 행궁동 일대로 외래어 간판이 즐비해 있다.

전통 기와 위로 소복이 쌓인 눈, 오방색으로 덧입혀진 단청, 수원행궁을 우직하게 둘러싸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의 고즈넉한 정취가 꽤 멋스럽다.

22일 함박눈이 내려앉은 수원 행궁동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방문객들이 사진찍기에 여념 없다.

파란 눈, 금발 머리, 검은 피부를 한 관광객을 비집고 낯선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어로 표기된 왜색 짙은 간판, 코앞까지 걸음하고 나서야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뉴판도, 시설 안내판도 죄다 외래어가 차지한 행궁동의 모습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영업 중'보다 'OPEN'이 더 익숙해져 가는 요즘, 행궁동 일대로 외래어 간판을 내건 상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 방모(21)씨는 “외래어 간판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서울 인사동 일대로 보였던 한글 간판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래어 간판을 한글간판으로 교체하는 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서울 종로구가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개선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한글 간판 사업 이전인 2005년 26.4%이던 방문률은 2019년 35.9%까지 올랐다. 현재 대학로, 인사동, 삼청동 등 종로구 곳곳에서 한글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에 수원시는 행궁동과 고등동을 중심으로 외국어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교체하는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한글간판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 외국어간판을 한글간판으로 교체하면 사업자당 최대 200만원의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영국 유학생 벤 피터씨는 “10년 전 수원을 왔을 때 한글 간판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영어가 많이 보이지만 한글 간판이 많을 때가 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