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RE100 파고, 청정수소로 돌파한다

평택시, 수소 생산 특화단지 조성
교통·항만·도시 분야 활용 가속도
2028년까지 친환경 발전 체계 구축
재생 에너지 100% 무역 표준 대응
▲ 평택시 수소특화단지내 수소생산시설 준공식에서 정장선 시장 등 내빈들이 축하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제공=평택시

“여보게들, 물은 전기에 의해 기본 원소들로 분해된다는 걸 아나? 분해된 원소들은 앞으로 강력한 동력원으로 작용될 걸세. 그래서 말인데 수소와 산소로 이뤄진 물은 석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될 거야. 물은 미래의 석탄인 셈이지.”

-쥘 베른 <신비의 섬>(1875년 作) 중에서-

오래전부터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기대돼 왔다. 이 기대는 상상의 차원으로만 머물렀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조금씩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1975년 전기화학자 존 보 크리스는 학술적 차원에서 수소 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2002년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수소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미래 에너지 산업을 전망했다. 그 이듬해 미국 정부에서 수소경제 이니셔티브 정책을 발표하면서 수소경제 개념은 확산됐다.

현재 수소차가 도로를 활주할 정도로 수소경제는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다. 그 중심에 평택이 있다. 평택이 그리는 수소도시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살펴본다.

▲ 평택시 수소에너지 전환사업 업무협약식. /사진제공=평택시
▲ 평택시 수소에너지 전환사업 업무협약식. /사진제공=평택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수소경제, 그리고 대한민국

수소경제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구조를 뜻한다.

수소는 태양열·풍력·조력 등 재생 에너지처럼 친환경적이면서 저장과 수송에 용이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수소경제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국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수소경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이미 신재생에너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산업 전 영역에 걸쳐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고, 모빌리티 산업의 경우 수소 중심의 가치 사슬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소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수소의 생산·저장·운송 부문은 선도국과 격차가 큰 상황이며, 활용 부문에서도 수소차를 제외하면 큰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수소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도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개선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수소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화석연료가 수소로 대체되는 평택

평택시는 국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수소경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현재 시는 모빌리티 분야에 수소를 도입한 상태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수소전기차, 수소버스, 수소트럭 등 수소 모빌리티를 전국에서 최대로 보급한 바 있다. 또한 수소전기차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권역별로 수소충전소를 마련했으며,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수소버스 충전소를 구축했다.

시는 모빌리티 분야뿐 아니라 수소의 생산과 가공, 유통과 활용까지 아우르는 미래형 수소복합지구를 평택항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다.

평택시가 그리는 수소복합지구가 완성되면 수소특화단지, 수소항만, 수소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주택·공공시설·상업시설·교통·물류 등 각종 분야에서 수소가 활용되고 수소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수소생태계의 핵심, 수소특화단지

구체적으로 수소특화단지에서는 수소가 생산 및 가공되며, 수소연료전지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 수소 관련 장비 제조 등이 이루어진다. 현재는 1기의 수소생산기지가 가동되고 있으며, 올해 신규 수소생산기지가 완공돼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수소생산기지에서는 향후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도입해 친환경적인 수소 공급이 가능하게 되며, 수소 액화 과정을 거쳐 효율적인 유통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러한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평택시·한국가스공사·한국서부발전 등 6개 공공기관과 미코파워·DIG에어가스 등 8개 민간기업이 투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관련 기업들은 총 4년 동안 6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수소항만, 대기오염 많았던 평택항의 변신

평택항은 청정 수소항만으로 변신한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평택항 일대의 공기질 개선을 위해 선박·철도·물류트럭·하역장비 등 항만 물류에 필요한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현재 시는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한국조선해양, 항만청 등 10개 기관과 함께 항만 모빌리티에서의 수소 활용을 도입해 나가고 있다.

수소항만에 필수적인 수소교통복합기지는 지난해 11월 운영을 시작했다. 수소교통복합기지는 수소특화단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필요시 각종 수소장비의 정비 등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수소경제가 실생활로 들어오는 수소도시

평택항 인근 신규 개발지구인 현덕지구와 만호지구는 수소도시로 조성된다.

수소특화단지에서 생산된 수소가 수소배관을 통해 수소도시로 공급되고 공급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공동주택·상업건물·공공시설물 등에서 활용되는 구조다. 또한 교통 분야에서의 수소 활성화를 위해 수소도시에서는 복합환승센터, 주차장, 버스차고지 등에 수소차·수소버스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 정장선(왼쪽) 평택시장이 수소버스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제공=평택시
▲ 정장선(왼쪽) 평택시장이 수소버스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사진제공=평택시

▲국내 기업 RE100 달성의 구원투수로 나선 평택시

이렇게 구축되는 수소복합지구를 바탕으로 평택시는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지난해 12월 밝힌 바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로 충당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초창기에는 일종의 환경운동으로 시작했으나 글로벌 기업들이 동참하면서 RE100이 세계 무역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8.98%에 불과해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 시는 청정수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중동·호주·유럽 등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평택항 에너지 부두를 통해 수입하고, 평택항 인근 발전소에서 청정수소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이를 기업에 공급하는 체계를 2028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평택시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가스공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2026년까지 기존 화력발전을 수소에너지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안정적으로 청정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청정수소 시험평가 및 실증화센터(이하 청정수소 실증화센터)'가 운영된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을 통해 유치한 청정수소 실증화센터는 청정수소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생산설비(수전해기기)의 연구개발, 시험평가를 담당하며, 개발된 수전해기기를 해외에서 활용해 청정수소를 확보하는 일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인터뷰] 정장선 평택시장 “주민 대기오염 민원, 수소 생태계로 해결”

▲ 정장선 평택시장./사진제공=평택시
▲ 정장선 평택시장./사진제공=평택시

평택의 수소경제를 그리고 있는 정장선 평택시장은 수소 생태계를 완성해 지역의 고질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시장은 “산업단지가 많고 평택항이 위치해 있으며, 차량 운행이 많은 평택에서는 대기오염을 해결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져 왔다”며 “평택항을 중심으로 수소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확대해 나간다면 우리 지역의 환경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단지, 도시, 항만을 연계하는 수소에너지 기반의 탄소중립지구 조성으로 기후변화와 산업전환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발전이 이뤄지는 친환경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RE100 달성에 대한 자신감도 강하게 내비쳤다.

정 시장은 “평택시는 청정수소 수입부터 기업에 친환경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최근 평택시가 유치에 성공한 청정수소 실증화센터는 안정적으로 청정수소를 확보하고, 국내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에도 수소경제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정 시장은 내다봤다.

정 시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전 세계는 수소를 주목하고 있지만 수소경제가 갖는 경제효과 때문에도 각국은 수소 산업에 뛰어든 상태”라며 “평택의 수소 산업을 통해 투자 촉진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나아가 국가 미래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택=오원석 기자 wonsheok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