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br>
▲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

연금(pension)이란 정부나 회사 등이 직장에서 은퇴한 개인에게 주는 일정 금액이다. 숙박 펜션(pension)의 어원도 여기서 기원한다. 유럽에서는 은퇴한 노인이 집의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내 주고 받는 돈을 펜션이라고 했다. 국가나 사회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주는 연금도 있다. 공무원, 군인 연금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군인 연금은 다른 연금보다 혜택이 크다. 군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은퇴 군인은 45세가 되면 직업 유무와 상관없이 연금을 받는다.

은퇴가 빠른 프로스포츠 선수는 생애 소득 구조가 일반 직장인과 매우 다르다. 프로스포츠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전념하고 대부분 30대 초중반에 은퇴한다. 다른 직군의 또래들이 한창 돈을 벌기 시작할 때 이들은 수입이 없어진다. 운동에만 전념했기에 다른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연금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프로야구(MLB)는 연금제도가 잘 되어있다. 43일간 리그에 등록되면 평생 연금을 받는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어도 일수는 소멸하지 않는다. 43일은 한 시즌 경기 일수인 172일의 1/4이다. 이를 1쿼터(quarter)라고 한다. 1~39쿼터까지는 등록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진다. 40쿼터(10년) 이상이면 연금액은 동일하다.

연금은 선수의 선택에 따라 45세 혹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다. 수령 시기에 따라 연금액은 다르다. 1쿼터 선수가 45세에 수령하면 연금액은 매년 1694달러, 62세에 수령하면 연금액 5750달러이다. 10년 이상의 선수는 45세 수령 시 6만7776달러, 62세 수령 시 21만5000달러(약 2억8000만 원)이다. 우리나라 선수 중 MLB에서 10년 이상을 채운 선수는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3명이다.

MLB 연금 운영 주체는 선수노조이다. 재원은 MLB 사무국, 구단, 선수의 기여금으로 충당한다. 사무국은 MLB 중계권료(약 2조3000억 원, 2022년) 중 9000억 원을 기여금으로 낸다. 구단은 지역 중계권료와 사치세(연봉 상한선 초과 시 내는 벌금)의 일부를 낸다. 현역 선수 계약금의 일정 비율도 연금 재원이다.

KBO에도 어렴풋한 연금 제도가 있다. 그런데 연금이라기에는 규모가 작다. 선수와 KBO는 매년 각 60만 원씩 10년간 납입한다. 일정 기간 거치 후, 선수들은 일시금 또는 분할로 받는다. 일시금은 4000만 원, 분할 방식은 월 35만 원 정도를 수령한다.

그런데 선수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획일적 납부 금액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최저연봉 선수는 납부금이 부담이고, 고액 연봉 선수들은 수령액이 불만이다. KBO리그 연금 제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협의 의지, 고액 연봉자인 슈퍼스타 선수의 양해, KBO의 제도 개선 노력 등이 있어야 한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점점 길어진다. 은퇴 후의 기간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은퇴 후 경관 좋은 곳에서 펜션(pension)을 운영할 정도는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삶의 최소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pension)은 필요하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