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땐 수술실 공백으로 대란
조승연 “교수가 빈자리 채워야
이번 사태 구조 쇄신 계기로”
▲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들이 없으면 수술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주요 병원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19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사의 진료 거부는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공의 사직 사태가 의료 대란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병원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원장에 따르면 국내 주요 병원 수술실에는 교수 1명과 전공의 3~4명이 들어가 수술을 진행한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이며, 이들 병원 전체 의사 인력 7042명의 39%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대형 병원들이 교수와 비교해 임금이 낮은 전공의들을 대거 채용하는 등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자 종합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의사들로, 인턴과 레지던트를 이른다.

결국 교수의 진료와 수술을 돕는 전공의가 빠지게 되면 빈자리를 기존 교수들이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조 원장은 설명했다.

조 원장은 “전공의는 주로 교육생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입원 환자를 챙기고 야간 당직을 서는 등 교수가 해야 하는 잡일을 다 맡아서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두고 수술을 실시하기 때문에 전공의가 파업해도 의료 공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조 원장은 “해외 병원에서는 PA 간호사들이 수술 보조 인력으로 투입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여전히 불법”이라며 “국내 병원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의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중증 환자를, 2차 병원은 외래 환자를 맡고 전공의는 교육생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구조를 개혁하는 발판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범준·이나라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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