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시 맥짐시 '위대한 정치의 조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합중국 대통령은, 대내적으로 뉴딜정책을 채택하여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한 사람으로, 대외적으로 연합국의 2차대전 승리를 이끈 세 거두의 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 저자 조시 맥짐시는 일반적인 평전과는 달리 루스벨트 개인에 대한 인생사는 간략하게 기술한 대신, 12년간 미합중국 대통령직을 수행한 업적과 그 이면을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

대통령으로 선출된 루스벨트는 대공황 극복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뉴딜정책을 채택하였다. 뉴딜정책은 기회와 부의 불평등, 경제 불황에 고통받던 미국 국민을 구제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기득권 정치인들과 보수적인 대법관들은 연방정부의 통제하에 경제를 운영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등의 정책내용이 사회주의에 경도된 것이라고 뉴딜의 효과에 회의적으로 반응했으며, 주요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위헌 결정하는 방법으로 루스벨트를 견제했다. 루스벨트는 반대 세력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뉴딜을 정착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다해 의회, 대법원, 행정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재선 당시 불황이 다시 확산하여 뉴딜정책 성과가 훼손되는 등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루스벨트 개인의 정치적 위기와 불황의 늪에 다시 빠질 위험에서 그와 미국을 구제한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바로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독일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을 먼저 지원해달라는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과 미국의 참전 및 연합국들에 대한 지원에 냉소하고 반대하던 국내의 고립주의자들 사이에서, 루스벨트는 특유의 개인적 매력과 모호한 화법을 동원하여 이들로부터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종전을 눈앞에 두고 숨을 거두었다.

자크 파월이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라는 저서에서 “전쟁이 발발하기 전이나 심지어 그 이후에도 히틀러와 그의 국가사회주의, 그리고 파시즘 일반은 미국의 파워 엘리트 사이에서 필요 이상으로 공감을 얻었다”고 밝혀냈듯이, 1차대전 종전 후 2차대전까지의 전간기는 '자유주의'라는 이념과 '민주정'이라는 정치체제가 사멸할 큰 위기에 빠졌던 시대였다. 루스벨트의 위대성은 미국 내 보수 반동의 파시즘적 책동으로부터 민주정을 지켜냈고, 종전 후 냉전 시기에 완성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전 지구적 헤게모니를 구축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저자의 루스벨트에 대한 평가를 음미해 보자. “루스벨트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그의 복잡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전략적 감각, 적절한 타이밍, 빠른 반응 그리고 특히 통제력일 것이다. 권좌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화제의 대상이 되고, …분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성공적으로 집권할수록 권력자에게 쏟아지는 흥미는 더 강해지고, 분석도 더 정교하고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루스벨트가 대통령이라는 지도자로서 이룬 성과를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는 '권력에 대한 이해'가 있다. 그는 권력이 민주주의의 정치 문화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속속들이 이해했다.”

/이효준 월급쟁이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