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조사관 제도 첫 시행
유대감 없어 처벌 대상으로 각인
교육청 “교사 부담 더는 방향”

내달 신학기부터 인천 등 전국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전담하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가운데 조사관들이 학생과 유대감이 없어 교화 중심 처분보다 기계적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2024년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을 모집한 결과, 110여명이 지원했다.

모집 인원은 총 92명이며 퇴직 경찰·교원, 청소년 상담사 등이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1차 서류 심사와 2차 연수 평가를 거쳐 오는 22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은 교원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그간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맡은 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이번에 채용되는 조사관은 내달 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1년 동안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사례회의·심의위원회에 참석하게 된다. 활동 수당은 건당 20만원이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사관이 학생과 유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폭력을 조사하게 될 경우 교화보다는 처벌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에는 교사가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사안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조사관은 학생들을 법적 처벌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조사관이 기계적으로 학생들을 조사하게 되면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갈등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생들 간 사소한 다툼 등 경미한 사안은 학교장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강훈 안남고 교사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행되면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온 교사들 고충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조사관 제도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학교폭력 발생 건수를 줄이고 예방하는 정책에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활동 수당과 연수 비용 등 조사관 운영 예산은 20억∼30억원으로 추정되며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배정해준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교육적이면서 교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사관 제도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