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은 영흥도와 선재도를 품은 섬 지역이자 인접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와 더불어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해 명소이다.

그런 영흥면 일원이 난데없는 정전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15일 오전 2시 17분쯤 선재대교 아래 샌드위치 패널 구조 창고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1시간 56분 만에 진화됐다. 불은 창고와 선재대교 하부 사이에 설치된 2만2900V짜리 한국전력공사 전력케이블을 태워 선재도와 영흥도, 두 섬 전체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다. 전력 공급 중단 사태는 한전의 긴급 복구작업 끝에 무려 19시간 30분 만인 같은 날 오후 9시 47분쯤 완전히 복구됐지만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두 섬에 거주하는 3798가구 6600여 명 주민은 칠흑 같은 어둠과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워야 했다. 난방, 취사, 급수, 냉장고 이용에 큰 지장이 초래됐다. 우체국, 은행, 음식점, 편의점, 숙박업소 등의 신용카드 단말기 사용에도 제약이 뒤따랐다. 지름 10㎝짜리 50m가량이 불에 탄 화마치고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말았다.

소방당국은 평소 어촌체험도구가 보관돼 있던 어촌계 창고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영흥면사무소는 선재대교 부근 변전함에서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철저한 화재원인 규명과 투명한 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화재를 미리 막을 순 없었는지, 창고나 전력케이블 관리 체계에 부실은 없었는지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합당한 법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근원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불로 손해 입은 섬 주민과 공공기관, 금융기관, 영업점 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요건에 맞는다면 보상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섬은 도심과 달리 뭍과 격리돼 있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전력 공급 재개가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만큼 인천시와 옹진군·강화군은 섬 지역에 대한 비상전력공급시스템 구축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날이 풀리면서 빈발할 수 있는 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