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덕소(德沼)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 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걸

 

외돌토리 나뉘인 갈대들이

언저리를 둘러쳐서

그걸

외면하고 막아 주는

한가운데서

보았다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걸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인 걸.

 

 

▶우리 사회에 일인가구가 증가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독사라는 말도 어느 순간부터 빈번하다 할 정도로 기사화되어 이제는 놀랄 일이 아니게 되었다. 세상에 혼자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희로애락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홀로 삶을 헤쳐 나가는 이들도 그들만의 피치 못할 사연으로 견디며 살고 있을 것이다.

힘겨운 세상살이는 우리에게 늘 가혹한 선택을 강요해 왔다. 살다가 저 '기슭으로 숨은 얼음'처럼 강물 위를 차갑게 둥둥 떠 있을 때도 있었고, 따뜻한 '햇볕'을 그리워하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마주 껴안고', '같이 녹으며' 강물 속으로 가라앉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만남과 이별의 애환 속에서 '강물이 묵묵히 넓어지는' 세상을 우리는 만들어 왔다.

사람이 동물의 영장인 건 오로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사람은 어머니의 젖무덤에 안겨 잔뼈가 굵어지고, 사람이 제공하는 동행과 사랑의 힘으로 삶은 존중받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사 아픔의 거의 대부분은 '사람'을 통해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 받지 못하면 결코 아물지 못하는데, 그 상처가 깊고깊어 스스로를 소외의 영역으로 내몰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이만큼 소중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우리는 살아있는 날까지 그들을 돌아봐야한다. '햇볕'이 되어 차가운 '얼음'을 감싸듯 그렇게 서서히 함께 녹아가야 한다. 그래서 이 시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위안'을 받는 것만큼 삶의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

권영준 시인·인천삼산고 국어교사<br>
권영준 시인·인천삼산고 국어교사

/권영준 시인·인천삼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