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를 결정하고 협회에 요구한 전력강화위원회.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를 협회에 요구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장시간 논의에 돌입한 위원회는 애초 오후 2시 이후 취재진에 브리핑을 통해 결과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후 3시 이후'로 한 차례 미뤄진 뒤 '오후 3시 30분 전후'로 거듭 연기한 끝에 4시가 넘어서야 황보관 기술본부장이 나와 브리핑을 진행했다.

먼저 이날 회의에선 아시안컵 결과가 보고됐고, 클린스만 감독과 위원들의 질의응답이 있었고, 뮐러 위원장의 아시안컵 참가 보고와 대표팀 운영 및 감독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경기 준비엔 문제가 없었으며, 손흥민과 이강인 등을 거론하며 선수들의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안좋았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감독 거취를 포함한 대표팀 운영 관련 논의는 클린스만 감독이 화상 회의에서 나간 상태에서 이뤄졌고, 다수 위원들이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 준비를 비롯한 대표팀 운영에서 부족함을 드러냈고, 선수단 분위기 관리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클린스만 감독의 국내 체류 시간이 매우 적은 문제 등 이른바 '근무 태도'로 논란이 발생하는 상황이 더는 이어져선 안 된다는 성토도 있었다고 황보 본부장은 전했다.

이어 “일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도 있으니 장기적인 차원에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한 클린스만 감독.

결국 위원들은 장고 끝에 '감독 교체 권고'로 의견을 모았고, 이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전달했다.

황보 본부장은 “전력강화위 내용을 협회에 보고하고, 그다음 사항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몽규 회장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위원회 건의를 무시하고 클린스만 감독에게 힘을 싣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나아가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다고 해도 당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새 사령탑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현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로 새로운 감독을 뽑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위원회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클린스만 선임을 최종 결정한 정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관련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이에 당장 3월에 치러질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홈(21일), 원정(26일) 경기는 임시 감독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인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이 참석했다.

위원 중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