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으로 원내 3당인 녹색정의당이 4·10총선을 앞두고 내부 균열이 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비례연합정당에 참여 여부를 두고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중심인 녹색정의당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총선 전략도 세우지 못한 채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4일 녹색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보 진영 비례연합정당 합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원내대표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갑작스럽게 사퇴하는 것을 보면 녹색정의당 내부 분열의 간극이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날 배 의원은 야권 비례연합정당 합류와 관련,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선거”라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세우는 연대,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녹색정의당은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이 손을 잡은 선거연합 정당이다. 법적 합당 절차의 문제로 정의당과 녹색당이 신설합당하는 것이 아닌, 정의당이 당명을 바꾸고 녹색당 출마자들이 개별 입당하는 방식으로 연합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보수정치의 빗장을 열고 현실 정치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이후 우리 진보정당은 분열과 퇴보를 겪었는데, 양당이 연합해 총선을 치른다는 점에서 녹색정의당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녹색정의당이 닻을 올리고 돛을 펴자마자 내분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비례연합정당이 꼭 정당한 것은 아니다. 녹색정의당이 추구하는 진보정치세력화라는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진보정당으로서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하고 국민 지지를 얻는 것이 정도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도 없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녹색정의당의 정당 지지도는 매우 미미하다. 진보정치를 향한 정도가 막혀 있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녹색정의당이 총선에서 다시금 진보정치의 부활을 알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