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

의과대학 정원이 19년 만에 확대됐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2006년부터 동결되어 심각한 의료공백을 초래했던 의사 수급에 숨통이 트일 거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확대, 배출될 의료인력이 필수진료와 의료취약지에 복무하기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이번 발표는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 의과대학'을 신설해 국가가 공공의사를 직접 양성하고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전라남도, 경상북도와 인천광역시를 선정하고, 의료취약지에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을 제안했다. 그러자 수도권에 속한 인천이 '어떻게 최악의 의료취약지로 꼽혔느냐?'가 세간의 화제였다. 정부 통계상 인천의 '치료 가능 사망률'은 전국 최고다.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이뤄졌다면 살릴 수 있는 죽음이 인천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소식에 전국이 들썩인 것이다. 게다가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의료원도 의사 부족 문제로 애태우다 보니, 수도권, 전라권, 경상권, 충청·강원권 등 4개 권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도권의 공공의대 신설 최적지로 인천이 꼽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의사의 '서울 쏠림' 현상에서 비롯됐다. 수도권이란 미명으로 인천의 현실이 왜곡된 것이다. 인천처럼 접경지역이 있는 경기도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공공의료 분야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똑같은 수신료를 '납부'하고도 공영방송 KBS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천·경기의 사례가 그러하다. 방송법 제44조(공사의 공적 책임) ②항의 “국민이 '지역과 주변 여건과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규정에 따라 KBS는 9개 총국(부산·창원·대구·광주·전주·대전·청주·춘천·제주) 9개 지역국(울산·진주·안동·포항·순천·목포·충주·강릉·원주)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경기는 '경인 방송센터(수원)'가 있지만, 1630여만 명의 인구를 대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수신료를 가장 많이 쓰는 KBS 본사도, 수도권을 외면한 채 '중앙과 서울 뉴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인천·경기는 비수도권은 물론이고 중앙과 서울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인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혀있는 중앙집권적 구조 때문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여 중앙집권적 '줄 세우기' 통치를 강화해온 정치권의 속셈이다. 특히 정부의 '어설픈 균형발전' 정책이 한몫했다. 그러나 필수·지역의료 붕괴사태, KBS의 수신료 가치 실현 등의 현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경쟁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과 공공정보 접근성의 문제이기에 어느 지역도, 개인도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헌법적 권리다. 이에 공공의대와 KBS 지역방송국은 국가가 국민의 생활 안녕을 위해 투자해야 할 사회기반시설이다. 수도권도 아우르는 '지방 균형발전' 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때다.

당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인천시민을 대변하겠다는 후보는 자신 있게 국립인천대 공공의대 신설과 KBS 인천방송국 설립을 공약해야 한다. 특히 현역의원들은 제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관련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란 쌍두마차를 끌고 갈 동량이라면, 당리당략에 발목 잡혀서 인천의 현실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 유권자들의 심판만 남았다. 분발을 촉구한다.

/김송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