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
▲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

1. 영부인 디올백 논란의 핵심은 뇌물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가벼운 처신에 있다. 되려 정치공작이라고 맞불을 놓아 국민 관심사로 만들었다. 대통령 참모들은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에서 귀에 쏙 들어온 말은 '박절하게 대하기 어렵다'거나 '매정하게 끊지 못했다'는 표현이다. 공직자가 가져야 할 무한책임의 자세는 아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엄격함을 잃었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처사다. 사건은 소명되지 못했고, 사과 없는 해명이었다.

현 정부는 윤석열 정부이지 김건희와의 공동정부가 아니다. 국민 70% 가까이 윤 대통령을 박절하게 대하는 게 공과 사가 불분명하기 때문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계급장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이끌었던 게 집권 초기 지난 2년 동안의 일이다. 남은 3년은 통합과 협치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텐데 산토끼는 내쫓고, 집토끼는 더욱 끌어안았다. 자기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박절한 게 내로남불이다. 이전 촛불 정부는 그런 이유로 권력을 잃었다.

2. 민주당은 친명·친문 간 공천잡음이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당대표로 있는 당에선 주류에 반하는 소수파가 있을 뿐 친명 대 친문 구도로 짜 맞추는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언론의 레토릭일 수 있다. 당내에선 정권심판을 위해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권심판 이전에 촛불에 대한 배신에 먼저 사과해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가 당을 떠났다. 비록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더라도 정권교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당대표로 2인자의 지위를 누렸던 사람으로 사과가 먼저다. 그러나 반이재명 정서에 기대는 행보는 그의 그릇을 보여준다. 왜 권력을 내줬는지 이해가 간다. 자신에게만 관대하고 자신을 키운 민주당에 박절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등도 마찬가지다. 탄핵과 적폐청산 과정에서 검찰권력을 비대하게 만들어 놓고,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해 정권을 내준 과오를 사과해야 한다.

총선에서 야당이 200석을 얻게 되면 야당발 개헌,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탄핵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를 홀로 이룰 수 없는 것도 알 것이다. 당 안으로는 개혁 적임자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해 개혁정당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당 밖으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다른 야당과 선거연합을 이루는 것이 민주당의 반성과 사과이며, 야당 맏형으로 감당할 계급장의 무게다.

3. 제3지대가 계속되길 바란다. 이준석의 개혁신당 등장으로 존재감이 사라진 어느 진보 정당에 대한 얘기다. 거대 양당이 포괄하지 못하는 정치 영역이 있다. 그것은 옛 민주노동당이 담당하려던 정치공간이다. 민생·민주·노동·생태 등 자본주의 오작동을 견제하고, 경제와 사회를 민주화하는 정치활동, 그러나 실패했다. 그 실패는 정의당으로 계승돼 이번 총선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진보정당은 부조리에 대항해 노동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한다. 정체성이 흔들렸던 건 기본전략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양당정치의 폐해를 얘기하며 민주당을 박절하게 대할수록 자당 지지율도 고착됐다. 민주당 2중대로서의 처신이 문제인가. 민주당 3중대를 하더라도 지지층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행보가 없어서다. 노동시민 등 고정지지층이 견고해야 동심원 중앙의 파문은 커지면서 N차 동심원으로 넓게 퍼질 텐데 정치적 올바름에 사로잡혀 누구를 대변하는 정당인지 길을 잃었다.

진보정당 25년, 정치세력화의 길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총선에서 선거연합을, 대선에서 연립정부 구상을 담대히 가져갔으면 한다. 연립정부의 일원으로 국정운영 능력을 배우고, 수권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당이 지켜야 할 계급의 무게다.

/부성현 전 매일노동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