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연합뉴스

두 번의 120분 연장 혈투와 극적인 역전승으로 간신히 쌓아 올렸던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희망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대 2로 패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더 할 말이 없는 완패였다.

결국 이번 대회 내내 안정을 찾지 못했던 팀 조직력 문제였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고 황희찬과 이강인을 좌우에 배치했다. 중원에는 황인범과 이재성, 박용우를 수비에는 김영권과 정승현, 설영우, 김태환을 기용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이번 대회 처음 가동하는 4-3-3포메이션이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적응을 못 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요르단 홈 경기를 방불케 하는 일방적인 경기장 분위기에 위축된 것처럼 보였다.

FIFA랭킹 87위로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던 요르단은 ‘언더독’의 패기로 한국을 경기 내내 거세게 몰아붙였다.

사실상 전반전은 0대 0으로 마친 걸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특히 골키퍼 조현우 ‘선방 쇼’가 아니었다면 최소 2실점은 할 뻔한 위태로운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한국은 전반 29분 설영우가 페널티 박스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가 싶다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파울이 아닌 것으로 결론난 것과 전반 32분 황인범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의 헤더가 오른쪽 골대를 맞은 게 전반전에 가장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하프 타임 때 선수 교체 등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교체 없이 후반을 맞았다.

결국 선제골은 요르단의 몫이었다.

요르단 에이스 무사 알타마리와 알나이마트가 첫 골을 합작했다.

후반 8분 박용우의 백 패스를 탈취한 알타마리가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알나이마트가 조현우를 넘기는 오른발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쫓아가는 득점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후반 21분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황인범이 공을 소유하다 빼앗겼고 이를 가로챈 알타마리가 50여m를 홀로 드리블하더니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제야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을 빼고 조규성을 투입하는 등 공격에 변화를 줬으나 요르단 페널티 박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하고 결국 0대 2로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고 말았다.

이번 경기 전까지 한국은 요르단과 역대 전적 3승 3무로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이미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간신히 2대 2 무승부를 거두면서 자존심을 구긴 한국은 이번 리턴 매치에서 설욕을 다짐했으나 어이없는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두 번의 120분 연장 혈투와 극적인 역전승으로 달아올랐던 국내 축구 열기는 예상치 못한 참패에 싸늘하게 식었다.

특히 이번 대회 내내 한 번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경기 막판에 가서야 극적인 승리로 국내 축구 팬들에게 ‘복(福)장’ 불렸던 클린스만 감독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장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기대했던)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한국과 요르단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