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경기본사 북부취재본부장.
▲ 김재영 경기본사 북부취재본부장

우리말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현존하는 포유류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래가 싸울 때 옆에 작은 새우가 있다면 새우 등이 터질 수 있다는 것으로 강자들 싸움에 약자가 중간에 끼어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간 싸움에 작은 민초들이 연초부터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새해 예산안 편성 때마다 되풀이되는 시와 의회 간 논쟁이 2년째를 맞아도 상생 협치는커녕, 두 강자의 싸움은 여전하다.

지난해 고양시는 시의회의 대폭 예산 삭감으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로 출발한 데 이어 올해는 108만 대민행정 지원에 나설 시 직원 3500여명의 업무추진비 26억5000만원을 전액 삭감돼 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삭감된 시의회 업무추진비까지 합치면 무려 30억원에 달한다.

두 고래 싸움에 작은 새우들은 대내외 활동 제약은 물론, 연초 예정된 시책사업 설명회도 점심시간을 피해 오후로 잡는가 하면, 민원인이 부서를 찾아도 물 한잔 대접할 부서 운영추진비가 한 푼도 없다.

이러다 보니 각 부서 냉장고는 텅텅 비고, 점심때는 매일 긴 줄로 장사진을 이루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연초 정기인사 단행에도 부서 송·환영회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심지어 한 구청장은 집에서 다려온 차를 내놓는가 하면, 일부 동사무소는 민원인을 위해 다과를 인근 마트서 외상 거래하는 등 많은 직원이 업무 의욕 상실에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공무원이 주 고객인 시청 등 관공서 주변의 식당과 카페 매출이 이달 들어 20~30% 감소로 직격탄을 맞는 등 지역경제도 흔들거리고 있다.

덩치 큰 고래와 작은 새우가 공존하는 길은 시와 의회 간 업무추진비 편성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를 이달이라도 열어야 민초들이 살 것이다.

/김재영 경기본사 북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