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때가 표시된 책방모도의 레트로 달력. /사진제공=책방모도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 골목길 삼거리에 있는 오래된 단층 건물. 예전엔 담배와 세제만 팔던 동네 슈퍼였다. 6년 전, 책을 좋아하던 '젊은 색시'가 패기 있게 책방을 열었다. 20대 청춘이어서 가능했다.

화수동이 어떤 곳인가. 인천 서쪽 끝 바닷가 마을. 뱃일하거나 인근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살던 곳. 옛날엔 주먹깨나 쓰는 형님들이 많았던 동네였으나 지금은 그 형님들마저 노쇠한 동네. 시간이 멈춘 곳에 생뚱맞게 책방이 들어섰다.

책방에서는 개점 일주년을 기념해 물때달력(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를 표시한 달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돌렸다. 동네 책방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이 아니어도 주민들은 책방을 들락거렸다.

매해 초 책방에서는 손님에게 물때달력을 선물한다. 오랜만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책방에 들렀다. '희망도서 서점 바로대출'은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읽고 싶은 책을 가까운 동네서점에서 대출·반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간을 신청하면 책방을 통해 새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추홀도서관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이용자에게도 동네 책방에도 좋은 제도다.

요즘 책방에선 저녁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책 읽고 싶은 이들이 모여 각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참가비를 내면 간식과 음료가 준비된다. 동네 사람도 오고 먼 곳에서도 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책 읽기 어려워진 시대, 책을 읽는 또 다른 방식이다.

동네 책방은 왜 필요한가. 영상의 시대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책 읽는 행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무어냐고? 동네 책방에 가면 알 수 있다. 패기로 시작해 동네 온기가 되어준 화수동 책방처럼. '서점에서는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다.'

/봉봉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