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2년…실질적 대책 요원
기존 지원 중복 안 되고 요건 복잡
피해자 제안 '긴급 생계비'도 제외
대책위 “선거철 형식적 조례” 지적
시 “추가 계획 중…말할 단계는 아냐”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문구가 부착돼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문구가 부착돼 있다. /인천일보DB

인천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생계비 지원' 등 지자체의 실질적인 피해 대책 마련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어 뒤늦게 인천시의회가 지원 조례 마련에 나섰지만 여기에도 피해자들이 제안한 내용은 담기지 못했다.

인천시의회는 5일 제292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인천시 전세피해임차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재석 의원 32명 중 27명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례안에 담긴 지원책은 시가 이미 '인천시 주거기본 조례'를 근거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던 정책들과 크게 다른 게 없어 허울뿐인 조례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실제 이번 조례안 지원사업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월세지원 ▲긴급주거 주택 이사비 지원 등이 담겼는데 이미 지난해부터 시가 하고 있던 사업들이다.

그러나 이런 기존 지원책마저도 피해자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원 사업 간 중복 지원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원 자격 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시가 이 사업들을 진행하기 위해 세운 사업비 63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790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이 조례안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줄곧 요구해 온 '긴급생계비' 지원 역시 빠졌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해 시가 집행하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 지원 사업비 62억원을 긴급생계비 성격의 생활지원비로 변경해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 중 요건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지원책이 아닌 모든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제대로 된 한가지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인천시와 달리 경기도가 제정한 '경기도 주택임차인 전세피해 지원조례'에는 실제 긴급생계비 지원 근거가 담겼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는 사전 절차인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체와 협의를 끝내고 올 3월쯤 피해 세대 당 긴급생계비 1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해 예산이 불용처리 됐을 때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 등과 면담을 했는데 앞으로 진행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지만 조례안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라며 “선거가 다가오니 그저 형식적으로 조례를 만드는 것 같다. 최근 경기도는 복지부 협의를 통해 생계비 지원을 끌어냈는데 인천은 매번 이런 게(조례안) 지원의 시작이라고 말만 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와 같이 생계비 지원 검토 등 추가지원 확대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라며 “추가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어서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