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다. Great의 G는 원래 경기(Gyeonggi)의 G였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09년 지방선거에서 GTX를 재선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의 구상은 지하로 40m 이상 파고 KTX처럼 빠른 열차가 다니게 하자는 것이었다.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할 획기적인 대책이라는 찬성여론과 현실성이 낮고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반대여론이 맞부딪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GTX 구상은 박근혜 정부 들어 국책사업이 되었다.

일산~동탄을 잇는 A노선, 송도~청량리를 연결하는 B노선, 의정부~금정 간 C노선이 1기 GTX 구상이다. 세 노선은 우여곡절 끝에 A노선이 2014년, C노선이 2018년, B노선이 2019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하 10층 이상 깊이로 철로를 신설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과 공사의 애로가 적지 않아서, 부분적으로 기존 철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예컨대 A노선은 수서~동탄 구간을 SRT 고속철로를 공동으로 쓰고, C노선의 경우 의정부~도봉산 구간은 경원선, 금정~사당 구간은 과천선(4호선)을 공동 사용한다.

이 경우 '빠른 속도'라는 GTX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A노선은 표정속도(표준속도)를 104㎞, B와 C는 94㎞로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 운행에 들어가면 그 속도를 내지 못할 구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선별로 역사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이 많은 점이 더 문제다. 지하 40m 선로와 지상을 연결하는 역사를 하나 지으려면 30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들고, 정차와 발차를 해야 하니 당연히 표정속도가 줄어든다.

C노선의 경우 역 신설 요구가 빗발치면서 초기 구상과는 달리 왕십리, 인덕원, 의왕, 상록수역 정차가 확정되었다. A노선도 창릉역 신설이 추가됐다. 현재 A노선은 파주~동탄, B노선은 송도~남양주, C노선은 양주~수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앞으로도 '우리 지역에 정차시켜 달라'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GTX 역세권'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GTX가 적자를 낼 우려도 크다. 승차요금을 새마을호 수준으로 할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지고, 그렇다고 무궁화호 정도 요금을 받으면 적자가 커진다. 설 지나고 3월 말엔 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하반기엔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이 개통할 예정이다. 차분하게 GTX의 장단점과 운영성과를 따져 나갈 시점이 됐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