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
▲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

공정과 정의는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이 가치가 흔들릴 때 사회 시스템은 불안정해진다.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기조 속에서 건강보험도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도(正道)를 찾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그릇된 것을 바로잡아 수입지출 구조의 안정성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근무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이하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설 자체가 불법인 이들의 2009~2023년 확인된 편취금액은 3조3,762억원에 이르고 있다. 인천‧경기 지역가입자가 납부한 1년치 보험료가 사라진 셈이다. 문제는 개설초기 및 평균 11.5개월의 수사기간 동안 재산을 은닉하여 환수율은 6.92%에 그치고 있다. 영리추구만을 목적으로 한 과잉진료와 소방·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은 의료, 법률 분야 전문인력과 불법개설감지시스템을 운용하여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나, 수사권 부재로 계좌추적, 관련자 직접 조사 등이 불가하여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는 민생치안과 강력범죄를 우선할 수 밖에 없다.

특별사법경찰권한(이하 ‘특사경’)의 공단 부여에 대한 필요성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양질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직접 수사를 수행하면 신속한 수사착수와 3개월 이내로 수사기간을 단축하여 연간 2000여억원의 재정누수 차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취금액 환수에도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국회에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야를 떠나 4개 의원실에서 '사법경찰직무법'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공단 직원의 권한남용과 공익성, 전문성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공단은 2014년부터 10년간 1447건의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사실상 실질적인 단속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피고 당사자이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벌칙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간주되어 일반 민간인과는 다르다.

또한, 불법개설기관에 한정하여 특사경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과 정상적인 의료기관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직무수행에 있어서도 보건복지부장관이 특사경 추천권을 행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으며 특사경 ’직무규정‘ 및 ’인권보호 지침‘을 제정 운영하여 위반 시 징계와 특사경 지명을 박탈하는 등 고도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공단 특사경은 조직의 권한 확대가 아닌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법 집행력 강화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 권한이 불법개설기관 척결이라는 공익적인 요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염원해 본다.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가 허투루 소비되지 않고 선량한 요양기관이 보호받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환경을 기대해보며 안도의 숨을 한번 내쉬고 싶다.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