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정 인천재능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 이윤정 인천재능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전년 대비 0.3㎏(0.6%) 줄었고, 이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탄수화물 사랑은 뜨겁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아버지는 당뇨병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당뇨병 완치를 위해 찰진 쌀밥을 원하시는 시부모님과 잡곡밥을 드시는 아버지를 위해 아침마다 2가지 종류의 밥을 지었다. 잡곡밥에는 보리와 현미, 흑미, 서리태(검은콩) 등 다양한 잡곡을 섞었다. 아버지가 당뇨병 완치 판정을 받았고, 현재 79세에도 건강하실 수 있는 것은 잡곡밥을 따로 하신 어머니의 정성의 결과라 생각한다.

외국 영양학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생명유지에 필수 영양소 단백질이 첫 번째로 등장한다. 하지만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 영양학책에는 탄수화물이 먼저 등장한다. 이렇듯 한국인에게 탄수화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영양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탄수화물을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

흰 쌀밥을 오랜 기간 섭취하면 40세 이후 잡곡밥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을 일으킬 확률이 훨씬 높다. 흰 쌀밥의 장기간 섭취가 당뇨병 발병에 큰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흰 쌀밥 보다는 잡곡밥을 섭취해야 하며, 단당류보다는 다당류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탄수화물은 크게 단당류, 이당류, 소당류, 다당류로 나눌 수 있다. 단당류는 탄수화물을 가장 작은 단위로 분류한 것이며, 이에는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가 대표적이다. 이당류는 단당류가 2개 결합한 형태로 맥아당, 설탕, 유당이 해당한다. 소당류는 단당류가 3∼10개 결합한 형태로 루티노스, 라피노즈, 올리고당 등이 해당한다. 다당류에는 전분(starch), 글리코겐, 섬유소(cellulose), 펙틴질 등이 해당한다.

설탕은 이당류에 해당하며, 섭취 시 혈당을 급격히 향상한다. 따라서 설탕 사용을 줄이고 가급적이면 설탕 대신 올리고당의 사용을 권한다. 다당류의 하나인 섬유소는 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섬유소는 섭취 시 포만감을 오래 주며, 장운동을 돕고, 혈당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섬유소가 혈당으로 사용되지 못하는데 코끼리처럼 초식동물들이 뚱뚱하게 살이 찌는 이유는 사람에게 섬유소를 분해하는 소화효소(cellulase)가 없지만, 초식동물들은 이를 혈당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의 섭취 시 단당류나 이당류보다 다당류를 섭취했을 경우 소화와 분해의 시간이 오래 걸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아 체내에 무리를 적게 준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주식인 쌀은 잡곡밥으로 먹고 다당류 섭취를 권한다. 탄수화물이 몸에 해로워 단백질 위주로의 식사를 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꼭 필요한 영양소이며, 많은 양을 섭취하였을 때 비만 등 질병을 유발하지만 적절한 양을 섭취했을 때 혈당 에너지원으로 이만한 영양소가 없다.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영양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무기질, 비타민, 수분 6가지이다. 6가지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중요하며,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삶에 늘 함께하는 탄수화물을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이윤정 인천재능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