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홍콩 마이포 자연보호구역을 다녀왔다. 이곳은 홍콩과 중국 선전시 사이에 흐르는 주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인데, 갯벌과 옛 양식장을 습지로 복원한 지역을 포함한다.

홍콩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아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이다. 국경지대인 마이포까지 신도시가 확장되면서 습지가 사라질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이 너머는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습지보전센터를 만들고, 바다와의 완충지대에 있는 새우 양식장 120만 평을 매입하여 습지로 복원헸다. 이곳이 바로 마이포 자연보호구역이다. 이곳 사람들에게 습지를 복원하고, 조성한 과정을 들었다. 무엇보다 지역민과의 협동을 끌어내고 함께 보호 활동을 펼친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다. 한편으론 인천도 이에 못지않은 자연 자원이 넘치는데 구슬을 꿰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인천은 홍콩보다 다양한 생태 자산을 갖고 있다. 인천 갯벌은 한국 갯벌의 29%를 차지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2026년 추가 등재를 준비하려는 곳이다. 마이포 자연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인천 갯벌의 배후에도 다양한 습지가 많다. 최근에 개발을 시작한 영종도 홍대염전, 미디어파사드 운영으로 철새들이 위협을 받는 영종 송산유수지, 강화 여차리 물꽝, 용현갯골 유수지와 소래생태공원, 남동유수지 등등을 보존하고 유지하고 가꾼다면 홍콩 마이포 습지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인천은 2025년 APEC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치 홍보를 보면 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이자 국제도시인 송도와 영종, 청라 스마트 도시와 컨벤션센터, 마이스(MICE)산업에 대한 인프라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설로 타 도시보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을까?

APEC 행사를 치르는 주 회담 장소 중 하나인 송도 주변만 하더라도 람사르협약에서 지정한 습지가 양옆으로 펼쳐져 있어, 멸종위기종 새들이 많이 찾는다. 인천 조류 깃대종인 멸종위기종 저어새는 도심 한가운데 남동유수지에서 새끼를 낳고 기른다.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사례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하다. 시민과 시가 거버넌스를 통해 함께 이룬 성과이니 회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해소하려는 APEC 정상회의의 성격과도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중국, 생태 보전과 경제발전 공생의 길 열어” 어느 일간지에 실린 중국 홍보용 전면 광고 제목이다. 광고 내용은 주로 멸종위기종 '따오기 복원 사업'이나 친링산맥 생태보전지역 전환 및 복원 등 이들을 보호하는데 첨단 산업, 디지털 기술 등등을 이용한다고 강조한다. 기술 발전은 기본이고 남들이 못하는 생태 보전을 중국은 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 광고를 보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지구 생태 보호에 앞장서 있는 선진국이라는 인상이다.

인천도 인프라와 기술 편의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누구나 지향하는 당연한 일이다. 미래와 지구를 생각하는 생태와 환경의 선진 도시의 달성을 위해 기여하는 기술이 차별성이다. 따라서 인천에 있는 생태·자연 자산의 인프라를 제대로 조사 확인하고 이를 보전하고 널리 알리는 일에 방점을 둘 때 인천이 초일류 도시로서 우뚝 설 것이다.

전에는 홍콩하면 숲처럼 빽빽이 들어선 고층빌딩과 화려한 야경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홍콩정부와 주민들, 그리고 마이포 자연보호구역이 생각난다.

/심형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