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남 (사)바른아카데미이사장
▲ 황영남 (사)바른아카데미 이사장∙동국대 특임교수

새해가 되면 사람들 대부분 새로운 희망과 설렘으로 한 해를 준비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일생에서 처음으로 학교를 선택하는 입장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니 더욱 설렘과 기대 혹은 걱정과 불안이 함께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의 유형별 분류는 일반고, 자율고(자사고, 자공고), 특목고(과학고, 국제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직업계열, 대안계열)로 나뉜다. 형식상 상당히 다양하지만 실제로 일반고가 학교 수 70%, 학생 수 77.8%(2023년 교육통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고교 중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특목고와 자율고는 2023년 기준 학교 수 9.5%, 학생 수 4.3%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일반고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현재 일반고의 획일화된 교육과정 운영과 표준화된 학습내용, 학교와 교사 중심의 형식적인 교과선택 등으로 인한 공교육에 대한 실망과 외면이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실제로 일반고에서 교실 수업 중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잠자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교실붕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학부모들의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비록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을 넓히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이 있지만, 이는 교육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무리하게 추진됨으로써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거나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선 학교의 환경과 규모에 따라 과목선택의 차이가 크고, 지역과 교사수급에 따른 강좌 개설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고자 온라인 강좌, 학교 간 연계, 휴일이나 방과후 강좌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물리적, 지역적, 시간적 한계가 있고, 학습의 효율성과 형평성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급감하고 있는 학생 수를 참작할 때 단위학교에서 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고교학점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이와 달리 학생들이 선택해서 진학하는 특목고는 교실붕괴 현상이 확연히 없다. 특히 학생들이 희망해서 선택한 과목 수업에서는 학습집중도가 훨씬 강화되고,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짐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고를 살리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희망하는 모든 일반고를 특목고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희망하는 일반고를 자율적 교과 집중화와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다양한 특목고로 전환하면, 특정 영역의 교육과정을 40~50%를 편성 운영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학생들의 학습 희망을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가 높아지고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고를 지역사회의 특성과 학생의 희망에 따라 수학과학고, 인문사회고, 국제고, 외국어고, 체육고, 미술고, 음악고, 환경생태고, AI(인공지능)고 등 다양한 분야의 특목고로 전환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습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고, “학교에서 잠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로 표현되는 공교육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사립 특목고 진학에 따른 학부모들의 수업료 부담도 해결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희망하는 일반고를 다양한 특목고로 전환하여 학습자의 교육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지며 사교육비 걱정이 없어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영남 (사)바른아카데미 이사장∙동국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