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공정 인사 약속해 놓고 외부인사에 끌려다니며 눈치 보기 급급

일부 직원 불공정한 인사에 불만 품고 임용장 거부한 뒤 사직서 제출
▲ 강수현 양주시장이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공정한 인사를 통해 일할 맛 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일보 DB

“민선 7기 때 불공정한 인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요즘 같아선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다.”

양주시의 한 공무원이 불공정한 인사로 공직자들의 사기가 저하됐다며 이같이 불만을 쏟아냈다.

현재 시 공직사회는 인사문제로 뒤숭숭하다. 이러면서 강수현 양주시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강수현 시장은 취임 전후로 공정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핵심과제로 꼽았다.

지난 2020년 3월 출마 기자회견 때 “현재 양주시 공직사회는 침체해 있다.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인사를 해서 공직사회를 바로 잡겠다”고 했다.

취임식에선 "지난 4년간 무너진 원칙과 상식, 밀실과 불통의 시정 공백으로 인한 불편 등 잃어버린 4년을 되찾겠다. 직원 모두가 공정한 승진 기회를 부여받는 공직 분위기와 일할 맛 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무원들이 인사에 대한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인사 기준을 설정해 공직자 누구나 인정하는 인사를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처럼 강 시장이 공정한 인사를 선언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직생활 37년을 하면서 불공정한 인사를 지켜봤고, 부당한 대우도 받았다.

지난 2020년 1월 기획행정실장으로 전보된 뒤 4개월 만에 교통안전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시장 출마설이 돌면서 이성호 시장의 눈 밖에 난 것이다.

오죽했으면 취임식 때 “민선 7기는 불공정한 인사문제로 공직자들의 사기가 저하됐고 이로 인해 내부청렴도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정부서와 특정 관계인에 편중된 인사부터 학연, 연공서열 파괴, 인맥으로 줄 세우기식 인사까지 형평성에 어긋난 부패 관행이 고착화됐다”고 전임 시장을 비난했다.

그러나 민선 8기 출범 이후 인사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실제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임용장을 수령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낸 직원도 있다. 여기에다 일부 직원은 발령받은 지 몇 개월 후 전보 받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8월 강 시장의 부탁으로 해외 순방을 앞둔 시의원에게 미화 100달러가 든 돈 봉투를 건넨 A 직원은 청렴 감사팀장에 앉혔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까지 받았던 A 직원은 강 시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공직 내부에선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인사라고 지적했다.

강 시장의 제 식구 챙기기는 또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정기인사 때 서기관 승진에서 제외된 B 씨는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냈다.

그런데 최근 B 씨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자리에 앉혔다.

▶관련기사 : 강수현 양주시장, 인사 불만 사표 낸 공무원 산하기관 채용 논란

민선 8기 취임 때 공직자 앞에서 공직자 출신은 산하기관에 절대 채용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긴 셈이다.

한 공직자는 “취임 당시 공직자 앞에서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해 정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외부인사에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눈치만 보고 인사를 하는 모습에 공정한 인사는 포기한 지 오래됐다. 불공정한 인사는 민선 7기 때보다 더 심하다”고 비꼬았다.

시 관계자는 “감사업무는 중요한 자리다. 청렴도를 높이고 일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했다. 인사팀에서 A씨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돈 봉투 사건에 대해선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청렴 감사팀장으로 인사한 게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장을 바꾼 것에 대해선) 보건소장은 임기제다. 임기가 만료돼 평가했는데 점수가 안 나왔다. 한사람이 오래 근무하면 안 되기 때문에 순환 차원에서 교체했다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양주=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