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천문학적인 지하철 적자에서 '노인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 등 6대 도시 지하철 누적 적자가 25조원이 넘는다고 하고, 걸핏하면 무임승차를 둘러싼 시비가 벌어지곤 하니 몹시 궁금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무임승차와 적자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뭘 잘못 생각한 거지? 현명한 독자들이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며 추론을 전개해보자.

지하철·전철은 일정한 객차를 달고 예정된 시간표에 따라 운행된다. 무료승차권이 주어지는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가 한 사람도 타지 않았더라도 열차 운행 일정은 기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무슨 연유에선가 어느 날부터 무임승객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1년간 지하철이 운행되더라도 적자액이 변할 리 없다. 무임승차 승객의 비율에 따라 열차 운행량이 줄거나 늘 수는 있지만 적자 총액이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알기 쉽게 숫자로 따져보자. 서울교통공사의 2021년 손실은 9385억원이었다.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가 1년간 지하철·전철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운행횟수가 달라지지 않는 한 이 손실액 총액은 거의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승객의 약 20% 정도가 무임승차 승객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그로 인한 '손실액'이 무려 2311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만약 무임승객들이 요금을 냈더라면 적자가 약 7000억원으로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보전해 주므로 9385억원은 이미 상계 처리가 끝난 후 금액일 것이다. 그렇다면 무임승차로 인한 비용은 '손실액'이 아닐뿐더러, 적자와 전혀 상관이 없다. 지자체 부담 몫이 늘어나서 힘들다는 투정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지하철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는 격이다.

재정학 전문가로부터 지방 대도시의 지하철은 빨리 운행을 중단하고 다시 묻어버릴수록 도시재정에 이득이라는 지적을 들은 적이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누적적자를 강조하기 위한 블랙유머였지만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지하철요금과 버스비, 전기료, 수도료, 요즘 '폭탄' 소리를 듣는 난방비 모두 원가 이하로 공급된다. 원가에 맞춰 요금을 '현실화'하면 서민의 부담이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하철 적자는 삶에 필수적인 요소의 공공성 문제이지, 무료승차에 애먼 비난의 화살을 쏘아 논점을 흐리고 국민을 갈라치기 할 이슈가 아니다.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

/양훈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