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반오십 대형마트 역사 상생방안 먼저]
▲ 정부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는 가운데 이미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8일 의무휴업으로 문이 닫힌 인천 미추홀구 한 대형마트 모습. /이호윤 기자 256@incheonilbo.com

정부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과 함께 영업시간 외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끈 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원칙을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해 국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미 근처 서울에선 서초구를 시작으로 동대문구, 성동구 등이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려고 추진 중이다. 인천지역 자치단체장 과반이 국민의힘 소속이라 인천에서도 서울처럼 조만간 의무휴업 수정 작업이 수면 위로 향할 수 있다. 문제는 마트 측 노사와 소상공인 모두가 상생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원도심과 밀접도 높다

“지난 수십년 동안 대형마트가 터줏대감처럼 있으면서 원도심 침체를 늦춘 공헌도가 분명히 있다.”

인천 연수구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연수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던 20여년 전부터 원도심으로 변한 지금까지 주민 편의시설로 활약한 공을 잊으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인천에는 1998년 계양구 내 '까르푸'가 생긴 뒤, 지난 26년 동안 대형마트가 원도심 상권 핵심지에 뿌리를 내려왔다.

인천지역 대형마트들 영업개시일을 살펴보면 총 25곳 중 68%인 18곳은 2010년 이전에 문을 열었다. 당시 원도심 인구 밀집 지역이거나 과거 신도시급 주택단지들과 함께 자리한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해당 대형마트들 연식이 오래된 만큼 인근 인구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리 잡은 소비 패턴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는 민생정책이 아니라 유통대기업 챙기기에 불과한 총선용 구호라는 지적도 공조난다.

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김명주(45)씨는 “대형마트 종사자들은 보통 중년 이상 여성이다. 이들의 일요일이 사라진다는 건데 이에 대해서 당사자들에게 상의조차 없다”며 “총선 앞두고 이런 정책은 결국 표심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관관계, '인천형' 연구 있어야

대형마트 일요일 휴일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각은 그동안 각자 엇갈려왔다.

최근 인천대학교 유병국 무역학부 교수가 실시한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따른 중소소매업 영향평가'를 보면, 대구시의 의무휴업일 변경 이전인 지난 2021년 9월 기준 대구지역 소매업체는 3만1436개로 나타났다. 이 중 2022년 9월까지 1년간 영업을 유지한 소매업체는 2만7088개(80%)로 조사됐다. 하지만 2022년 2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를 보면,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소매업체 3만4198개 중 20%(6855개)만 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지난해 9월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표한 '대·중소유통 상생협력을 위한 컨설팅 연구보고서'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하는 일요일엔 영업하는 일요일 대비 인근 상권의 유동 인구가 평균 0.9% 감소한다”고 적혀 있다. 음식점이나 소매업 등 골목상권 매출액도 1.7% 줄어들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들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에 이미 속도를 낸 만큼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인천형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유병국 교수는 중소소매업 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은 중소소매업 유지실패 증가와 지역 상권 내 소매업종 간 불균등성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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