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와 대결에서 첫 골을 터트린 정우영.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인 '약체' 말레이시아와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3대 3으로 비겼다.

말레이시아는 피파 랭킹 130위로 23위인 한국보다 107계단이나 아래다.

한국은 이 경기 전까지 말레이시아와 통산 전적에서 26승 12무 8패로 크게 앞섰지만 이번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한국은 정우영이 첫 득점한 후 내리 2점을 내주며 1대 2로 끌려가다 동점골(이강인 슛/상대 골키퍼 자책골)과 역전골(손흥민 PK)을 터트리며 승리를 거머쥐는 듯했지만 후반 60분 다시 실점하는 등 진땀 승부 끝에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해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친 한국은 16강 한일전을 피했다.

한국은 이날 1위로 조별리그를 마쳤다면 D조 2위인 일본과 16강전을 치러야 했다.

바레인이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요르단에 1대 0으로 승리하면서 2승 1패, 승점 6으로 조 1위를 차지해 16강에서 일본과 대결한다. 요르단(승점 4/1승 1무 1패)도 3위를 기록했지만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우리 시간으로 26일 0시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태국 대결의 승자(F조 1위)와 16강에서 만난다.

한국의 16강 대결은 31일 오전 1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클린스만 감독은 “나오기 전에 무조건 조 1위를 하자, 승리하고 다음 라운드로 가자고 했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 잘했고,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목표는 승리였고, 조 1위를 하려고 했다. (일본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 2대 2 동점 상황에서 역전골을 터트린 손흥민.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손흥민은 졸전을 거듭하는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대회 준비 전에 기자 분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기자 분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그동안 없었다. 지금에서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많은 팬이 온라인, 소셜 미디어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모든 선수는 가족이 있고 친구, 동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 선수들은 (팬들의 원하는 경기력 수준을)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 분들께 간곡히, 축구 팬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실망스럽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16강에 올라갔다는 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이미 탈락한 터라 동기부여가 어려웠다”고 운을 뗀 뒤 “한국은 직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진출했고, FIFA 랭킹 23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까지 포진했다. 고전하긴 했지만 후반전에는 우리가 스코어를 뒤집었다. 엄청난 결과였다. 그래도 한국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최고 수준의 팀을 잘 경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의 약점을 찾았다는 게 우리가 공략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수준은 정말 높다. 한국은 결승까지 갈 수 있고,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