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후 중동국가들은 유가 상승으로 번 오일머니를 대거 건설현장에 투입하였고, 한국인들은 그 건설현장의 주역으로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거의 10여년 간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우리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중동 건설 붐의 성공은 우리 국민의 근면 성실함, 기술력 그리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당시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동 경제협력 위원회'를 구성, 산하에 '중동 경제 협력 실무위원회'를 두었다. 다시 실무위원회는 산하에 '중동 경제협력 종합전담반'을 두고 정부 15개 부처에 관련 업무를 보게 하였다. 이러한 범정부적인 노력이 결집하였기에 중동 건설 붐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30여년 전에 있었던 중동 건설신화를 떠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30여년 전 중동국가가 넘치는 오일머니로 우리의 건설기업들을 불러들였듯이, 2022년 러·우전쟁 발발로 폴란드 등 EU국가들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 올리며 한국의 방산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은 역대급 방산수출 173억불(20조원)을 달성했다. 한국의 12대 주력산업에 명함도 못 내밀던 방산수출이 급증함으로써 방위산업계에서는 '물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유행어가 돌았다. 급기야 정부는 23년 방산수출목표를 200억불(24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목표액에 훨씬 못 미치는 135억불(16조원)로 만족하며 눈물을 삼켰다. 그 이유는 정부·국회가 수출 금융 지원한도액 초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30조 규모의 폴란드 추가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동 건설 붐 시 우리의 건설기업, 노동자들이 우수했던 것처럼, 지금 방산기업, 기술자들은 우수하지만 정부·국회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여 낭패를 보았다.

윤 대통령은 작년 7월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무기체계 개발이 방산 수출과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안보실·국방부 주관 범부처 '방산 수출 전략회의'를 출범시켰고, 주기적으로 방산수출 평가회의를 추진해왔다. 방산수출 전략회의가 체계적으로 내실 있게만 수행되었어도 법 개정을 성사시킴으로써 30조에 달하는 폴란드 추가 계약은 성사되었을 것이다. 만약 중동 건설 시 가동했던 조직처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방산 경제협력 위원회'를 구성하여 총리가 기재부, 금융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국회를 설득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작년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에서 6조 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을 수주하자 언론에서는 제2의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키자고 했다. 그런데 EU 30조 무기 시장에서는 왜 방산수출 붐을 일으키자는 캠페인이 없는가? 정부는 '방산 수출 전략회의'를 총리가 주관하는 '방산 경제협력 위원회'로 확대하고 EU방산수출 붐을 일으켜야 한다.

수출 촉진을 위한 수출입 은행법은 이미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루빨리 법을 개정하여 이번 국회회기 내에 추가 계약을 하지 않으면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2차 이행계약은 자칫 철회될 수도 있다. 총선을 핑계로 국가 경제 도약의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총리는 기재부, 금감원, 국회를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며 관련 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어렵게 이룩한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정부·국회의 정쟁으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