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병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김광병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막스 베버(Max Weber)가 1904년에서 1905년에 걸쳐 기고한 글들을 모아 1920년에 출간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이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만 보고,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추구하면서 특정 자본가 집단의 자기 이익만을 위하는 모습의 천박성과 그에 따른 부정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천박한 자본주의(vulgar capitalism)'는 자본주의가 아니라고 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증식에 목적을 두지만, 단순히 돈만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재투자하여 일자리와 고용 등을 증가시키면서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주의의 합리성은 자본가 개인적 측면에서는 매우 비합리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욕망은 쉽게 돈을 벌어 자신만을 위해 편히 사용하고자 하거나 가능한 노동 없이 풍족하게 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개인적 욕망을 억제하는 비합리성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이익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윤리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점은 최근에 와서 빌 게이츠(Bill Gates)의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공헌(CSP: Corporate Social Philosophy),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 ESG 경영으로서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과 맥락을 같이 하면서 자본주의 성숙을 꾀해 나가고 있다.

'천박한 자본주의' 모습은 우리 정치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본래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바르게 다스리는 것으로, 사회과학적으로는 한정된 자원을 가장 올바르게 권위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합법적인 권위를 가진 권력을 획득하고자 정당 간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진영 간 싸움, 같은 진영 내에서도 계파 싸움과 줄서기, 팬덤(fandom) 정치와 막말 정치가 판치며 강성 지지자가 난무하고 '내로남불' 등으로 몹시 어지러운 상황이 되었지만, 너무 만연해있어서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들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의 확신 속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천박한 정치행태 내면에는 국민과는 상관없는 자신의 이익과 계파의 이익 그리고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과 무관치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우리 정치가 국민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한 정치인의 이익 그것도 소수 정치인을 위해 작동되고, 기꺼이 이것을 받아들이는 강렬한 지지자의 모습은 '천박한 자본주의'보다도 더 강한 '천박한 정치주의(vulgar politicalism)'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을 위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정치인은 오직 국민을 위해 비합리적인 선택 즉,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 법적, 윤리적, 도덕적 수준에서 하자가 있는 자, 국민의 상식적 수준에서 벗어난 어떠한 행위라도 한 자,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여 눈치 보며 바른말을 주저한 자, 어느 때는 자신이 국회의원으로서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변자라고 말하지만 누군가의 측근이 되고자 한 자는 이제 스스로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단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김광병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