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계획·자신 구상 '재탕' 발언
사실 확인도 안해 논란 자초
“공기관장 설득력 없는 언행”

이 시장 “입장 다 내 할말 없다”
▲ 이상일 용인시장.<br>
▲ 이상일 용인시장.

이상일 용인시장이 "김동연 경기지사가 정부의 경기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을 표절했다"고 한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현 정부보다 먼저 클러스터 등 반도체 육성 사업을 계획·추진했다. 이 시장은 이 주장을 언론보도 자료를 만들어 배포까지 했는데, 공공기관장이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배포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첫 단추 잘못 끼운 이상일 시장

25일 인천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시장은 지난 22일 보도자료에 '정부가 경기 남부에 진행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구상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썼다.

또 "김 지사가 작년 6월에 이야기했다는 반도체 관련 구상이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설명한 계획과 같다고 한다면 김 지사야말로 3개월 전인 작년 3월에 정부가 발표한 (중략) 조성계획을 표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했다.

이 시장의 이런 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가 확인한 김 지사의 정확한 발언은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경기도 정책을 표절한 것 같아요"였다. 김 지사 발언 중에는 '내 정책' 또는 '김동연 정책'을 표절했다는 내용이 없다.

김 지사는 18일 이 같은 발언을 자신의 SNS 라이브에서 했는데, 일주일이 지난 현재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시장은 2023년 3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용인 국가산단 등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을 같은 해 6월 재탕하다시피 해서 발표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표절한 것"이라고도 보도자료에 적었다.

이어 "중앙정부가 (김동연 지사)자신의 구상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또다시 근거 없는 말을 했다.

 

▲경기도 먼저 클러스터 육성 구상

인천일보가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도는 최소 2019년부터 반도체를 미래를 이끌어갈 경기도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육성방안을 구상·실현해 왔다.

우선 도 산하기관인 경기연구원이 2020년 낸 '도 전략사업 육성방향 연구'에는 "도를 국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하고, 전문 출연 연구소가 부재해 관련 산학연을 이어주는 국가 단위 반도체 지원 시설구축 시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육성 방향을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전문 인력 양성 등 종합기능을 갖는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종합클러스터를 구축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경기도를 주체로 범부처가 예산과 지원정책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는 기본방향도 적혀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2019년부터 사업 추진

그동안 경기연구원의 자료뿐만 아니라 경기도과학경제진흥원의 반도체 관련 정책보고서(2019년·2021년 발간) 등을 통해 육성 혁신전략을 차근차근 실행해 왔다.

2019년 2월 도는 경기도형 반도체 산업 인력양성 사업보고서도 작성했다. 같은 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 연구지원사업 기본계획도 냈다. 총사업비 300억원을 투입해 인적·물적 지원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2021년 10월에는 경기도 반도체산업 육성 혁신전략을 내놨다. 부족한 테스트베드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벨트(이천·용인·수원·화성·평택)의 연대강화를 전략 중 하나로 판단했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계획은 윤석열 정부 정책안에도 담겨 있다.

반도체 테스트베드 설립도 있다.

2021년 경기도가 내놓은 'GVC 완결형 반도체 특화단지 구축·운영계획'에는 소부장 특화단지인 용인에 반도체 테스트베드 설립으로 소유-소부장 기업 공동R&D 기반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명시됐다. 정부 정책안에도 상용화와 직접 연계되는 R&D 체계 구축을 위해 소부장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 계획돼있다.

기본계획이나 규모 등은 다르지만, 도가 큰 틀에서 준비해온 방향성과 큰 차이는 없다. 이 시장의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없다.

김현대 도 미래성장산업국장은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이전부터 경기도에서 해오던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과 비슷한 게 많이 있고, 지역도 사실상 다 겹친다"고 했다. 이어 "도 남부에 반도체 기업들이 집중돼 있고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며 "용인시 남사읍이 선정된 것도 클러스터가 하나 더 커지는 개념으로 봐야 하지 따로 빼놓고 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도체 분야는 현상 자체가 비슷하고, 이전부터 정부와 함께 해오던 사업이라 반도체 인력 양성이나 소부장 분야 테스트베드 구축 등이 똑같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상일 시장은 인천일보와의 통화에서 “전화로는 할 이야기가 없다. 내 입장은 이미 어제(24일)에 다 냈다”고 밝혔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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