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매년 1월이면 전 세계인의 눈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모인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CES 2024'는 'All Together, All On'을 슬로건으로 1월9일까지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올해 최대 화두는 AI 대전환(AX)이다.

AX는 모든 산업과 기업이 AI 기반 위에서 많은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메가 트렌드다. 단순히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이 변화는 기업과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AI가 주도하는 대전환 시대 문이 열렸다는 의미다.

올해 유정복 인천시장의 신년사는 대전환이라는 단어만 빠졌을 뿐이지 '위대한 인천시대 대전환'을 선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시장은 인천이 세계를 연결하는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계 10대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민선 8기 시작부터 구상하고 준비해 온 정책을 실천에 옮겨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말은 차치해도 초일류 도시인 '세계 10대 도시 발돋움'은 인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대전환(Transformation)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고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혁신과 변화를 통해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위대한 인천시대' 대전환이 성공하려면 크게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정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유 시장은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민주당 국회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로썬 4·10 총선 후에도 판세가 완전히 뒤엎어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10 총선 결과가 어떻든 유시장은 필요하다면 당적을 버릴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자당의 이익보다 인천의 미래가 더 중요해서다. 정치인과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 없이 유 시장의 '위대한 인천시대'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인천 발전이 최우선이라는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으면 정책은 겉돌기 마련이다.

다음은 산업의 대전환이다. 대우자동차가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후 인천의 주력산업은 보이지 않았다. 항만과 공항이 주력이라지만 인천시가 손댈 수 없는데 인천의 주력산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인천공항은 서울공항으로 표시돼 서비스되고 있을 정도다.

그나마 바이오가 송도 클러스터에 옷을 입히고서야 인천의 주력산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있다고 해서 인천이 대한민국 최고 바이오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을까. 산학연과 금융이 어우러져 세계 최고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 잡은 보스턴을 세밀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 인천시는 그동안 정부 투자 유치를 위해 반도체와 모빌리티, 로봇 등 여러 산업 분야도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첨단산업 투자 유치라는 명목에서다. 인천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을 고르는 것이 먼저다. 백화점식 산업 육성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덧붙인다면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메가시티 구상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유시장의 최대 공약인 제물포르네상스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선보인 출산, 청년 정책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 등 민생경제에 활력이 돼 시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은 수도권 역차별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역차별은 서울과 경기도와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인천이 대전환의 장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메가시티 꿈을 현실화해 글로벌 도시 전략 밑그림으로 삼아야 한다.

제3의 인천개항 선언과 APEC 정상회의 유치는 인천에 어떤 나비효과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내실 없는 정책은 선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길게 보고 한 걸음씩 내딛지 않으면 '위대한 인천시대' 선언은 그저 헛구호일 뿐이다.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