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인천시 도시계획과장]

직원들에 뜻깊은 선물 주려 시작
'붓글씨 근무지정서' 작성·전달
종이에 명언 등 적어 선물하기도
독특한 소통 방식 '뜨거운 호응'

“딱딱한 도시계획 일을 환기할 만한 취미로 붓글씨를 시작하게 됐어요.”

인천시 도시계획과는 일반 공직사회와 다른 문화가 있다. 인사철 새로운 팀으로 발령 나는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근무지정서'가 붓글씨로 작성된다는 것이다. 붓글씨의 주인공은 이철(사진) 도시계획과장이다. 일반적으로 근무지정서는 컴퓨터로 작성해, 프린트한다.

“부서에 오는 직원들에게 뭔가 뜻깊은 걸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붓글씨 근무지정서를 주게 됐어요. 여기에 직원들이 발령 온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적어서 롤링 페이퍼 형식으로 현재 나눠주고 있습니다.”

이철 과장이 붓글씨를 쓰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오랜 공직생활로 컴퓨터 작업이 익숙해지면서 글쓰기와 멀어져 붓펜을 들었다. 그는 1996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인천 지역 도시계획에 잔뼈가 굵다. 도시기본계획을 3번이나 수립하고, 도시관리계획 재정비를 2번이나 했다. 또 인천대교 작업장과 계양예비군 훈련장 이전 계획을 확정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십 년 동안 해왔다.

“붓글씨를 시작한 지는 몇 년 안 됐어요. 2022년부터 시작했는데,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하니깐 점점 종이와 글이랑 멀어지더라고요. 도시계획 업무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경직됐는데, 붓글씨를 시작하니 환기도 되고 좋아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이철 과장이 붓글씨를 잘 쓴 건 아니었다. 독학으로 붓글씨를 배운 그는 수천번의 연습 끝에 지금의 경지에 달했다. 모음보다 자음을 작게 쓰는 등 그만의 독특한 붓글씨 비법도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붓글씨가 생긴 그는 직원들이 알았으면 하는 명언 등을 종이에 적어 전달한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원들에게 전하는 말들을 옮겨 적어 직원들에게 주곤 한다. 그만의 이런 독특한 소통 방식은 직원들 사이에서 호응이 좋은 편이다.

“붓글씨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게 한번 보고 넘길 글을 두 번 보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글이 있으면 이걸 옮겨 적어 직원들에게 주는데, 가끔 시장님이 하는 말을 적어서 줄 때가 있습니다. 딱딱하게 말을 하는 것보다 이쁜 글로 적어서 주면 계속 생각이 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