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2047년까지 622조원 투자

尹, 토론회서 정부 추진 뉘앙스로 발표
김동연 “메가 클러스터, 도 정책 재탕”
용인시장 “정부는 3월 발표, 도가 표절”

정치권 “총선 앞, 모두가 본질 흐려”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은 혼란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새로 추진하는 것처럼 발언하자 김동연 경기지사가 '재탕 삼탕'이라며 발끈했다. 이번엔 이상일 용인시장이 김 지사를 향해 '사실 호도'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치권이 이처럼 진실 게임을 벌이자 경기도는 대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 경기도 남부에 건설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진제공=연합뉴스
▲ 경기도 남부에 건설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진제공=연합뉴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622조원' 진실?

23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오는 2047년까지 용인시 일대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이 사업은 용인부터 평택·화성·이천·안성·성남·수원 등에 있는 반도체 기업과 생산단지를 하나로 묶는 게 골자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21년 5월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표한 'K 반도체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발표에 맞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의 투자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현 정부는 남부지역에서 가동 중인 19개의 반도체 생산 팹, 2개의 연구 팹에 더해 16개 팹을 새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규모는 622조원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들여 용인시 남사읍에 시스템반도체 생산 팹을,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들여 용인시 원삼면에 메모리 팹을 짓는다.

또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결국 삼성전자가 500조원을,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해 전체 622조원이 된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등으로 1조3000억원만 투입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지난해 3월과 9월에 이어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등에서 발표했다.

 

▲윤석열·김동연, 사실 호도…이상일, 갈등 부추겨

그러나 윤 대통령과 김 지사가 이와 다른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혼란을 야기했다.

시작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성균관대(수원)에서 한 토론회에 참석해 “경기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622조원 규모로 예상하는 투자를 이미 시작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현 정부가 새로 추진하고 622조원을 자체 투입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지사가 나서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김 지사는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이 말한) 622조 투자는 자그마치 2047년까지로 앞으로 23~24년 뒤 얘기”라며 “과거 전 정부 때 투자, 지난해 발표한 삼성의 용인시 남사읍 300조까지 다 포함한 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더 재밌는 것은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건 경기도 정책을 표절한 것 같다”며 “작년 6월에 제가 경기도 중점과제 중에 똑같은 얘기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지사도 사실을 호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지사가 말한 발표 시기 이전인 같은 해 3월15일 윤 대통령이 이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와 연계해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워 나가겠다”며 관련 계획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누가 표절했는지 발표 시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며 “2023년 3월 국토부와 산자부가 발표한 용인 국가산단 등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을 같은 해 6월 재탕하다시피 해서 발표한 김 지사가 표절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김 지사가, 김 지사 발언은 이 시장이 연이어 지적한 모습이다. 이에 대한 해명도 모두 없다. 이 때문에 사실관계가 명확해지기는커녕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 이런 중차대한 사업에 대해 너도나도 사실을 비틀어 얘기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정치인 체급을 올리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시민들이 본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관련기사
전 정부 'K-반도체 전략', 현 정부 산업 정책 근간 이상일 용인시장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사업은 2021년 문재인 정부의 'K 반도체 전략'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용인시 등 경기남부 일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 내용은 문 정부의 'K 반도체 전략'에 대부분 포함된 계획이었다. ▲최소 2019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시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문재인 정부의 전략을 기반으로